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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폴' 짚고 고산지대 걷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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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스위스 뮈렌에서 열린 노르딕 워킹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야외를 걷고 있다. [뮈렌=전진배 특파원]


세계적인 관광지인 스위스 융프라우산 자락에 있는 뮈렌은 해발 1640m 높이의 고산 마을이다. 우리나라의 설악산 대청봉(1708m)과 엇비슷한 높이다. 뮈렌과 그 일대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의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됐을 정도로 절경이다. 이곳에서 지난달 17일 '노르딕 워킹' 대회가 열렸다.

노르딕 워킹은 스키 폴로 땅을 짚으면서 걷는 운동이다. 스키가 인기인 알프스 지역과 북유럽에서 시작돼 지금은 유럽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는 걷기라는 점에서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걷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뮈렌은 걷기대회 참가자 199명과 동행한 600여 명의 가족.친지로 붐볐다. 오전 9시 본부석에서 음악이 울리자 참가자들이 출발 지점으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등번호를 단 선수들은 출발 30분 전부터 스키 폴을 들고 댄스뮤직에 맞춰 팔과 다리.허리를 10여 분간 풀었다.

10시부터 6.1㎞, 10.4㎞, 20㎞의 주행 거리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 선수들이 출발했다. 산길에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몇 차례 반복되자 선두 그룹과 중위권 사이의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 선두 그룹은 경보 선수처럼 빠른 걸음으로 발을 내디디면서 폴과 몸이 하나가 된 듯 기계처럼 착착 움직였다.

코스 중에 만난 루이(63)라는 참가자는 "해발 1600m가 넘는 고원지대이지만 워낙 공기가 맑은 데다 경치가 좋아 숨이 가쁘거나 지루한 느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멀리 4158m 융프라우와 4107m의 묀쉬, 3782m 브라이톤 정상의 만년설이 눈부셨다. 곳곳에서 만난 개울과 폭포 소리만 들어도 땀이 식었다. 코스 옆 산등성이에서 풀을 뜯는 소의 목에서 스위스 종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출발한 지 50여 분이 지나면서 6.1㎞ 코스 참가자들이 한두 명씩 결승선을 넘었고, 3시간이 되자 20㎞ 구간 선수까지 모두 들어왔다.

오후 1시. 참가자들이 대회 본부에서 제공한 스파게티와 수프로 탄수화물을 보충하는 동안 아코디언과 스위스호른 연주가 이어졌다. 맥주 한잔에 흥에 겨운 참가자들은 간이 무대로 올라가 춤을 추는 등 뮈렌은 이날 저녁까지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스위스 노르딕 피트니스 연맹 베아트리스 피스터 이사는 "노르딕 워킹 대회는 스위스 사람들에게는 스포츠 행사이자 누구나 참가하는 축제"라며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노인도 무릎에 무리가 덜 가기 때문에 지팡이처럼 폴에 의지하면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뮈렌=전진배 특파원

◆노르딕 워킹=양손에 스키 폴을 들고 땅을 가볍게 짚으며 들판을 걷는 크로스컨트리다. 핀란드에서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의 여름철 훈련용으로 개발됐다. 스위스에서는 정기적으로 이를 즐기는 사람이 50만 명에 이른다. 무릎에 무리가 덜 가는 반면 팔과 가슴 근육을 활용해 전신운동을 하는 효과가 있다. 폴 다루는 법과 오르막.내리막 길에서 걷는 법 등을 한 시간 정도 배우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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