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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사고(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작년에 스위스의 한 재보험회사가 지난 90년 한햇동안 세계에서 발생한 대형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하루평균 0.8건에 1백90명이 희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건수는 자연재해가 1백7건(35.9%)으로 가장 많았고,도로 및 철도사고가 55건으로 18.5%,수상사고가 43건으로 14.4%,대형화재가 35건으로 11.7%,항공사고가 28건으로 9.4%의 순이었다.
그러나 사고건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어느정도냐 하는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대형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사망자)는 태풍과 홍수,지진에 의한 자연재해가 압도적으로 많은 6만1천2백명에 이르러 전체 인명피해의 88%를 웃돌고 있다. 그 다음이 도로 및 철도사고로 1천9백95명(2.3%),항공사고 8백90명(1.3%),대형화재 4백5명(0.6%)이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그 예방에 한계가 있는 자연재해를 제외하고는 인재에 속하는 대형사고 가운데 도로 및 철도사고가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로 및 철도사고란 두말할 것도 없이 자동차와 열차에 의한 사고인데,수십명의 인명을 단번에 앗아가는 대형사고 기준으로 본다면 자동차 사고보다 열차사고 쪽이 훨씬 많다. 따라서 대형 인재사고는 거의가 열차에 의한 사고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다시 주목할 것은 이같은 대형열차사고의 대부분은 주로 후진국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지난 85년 철교에서 떨어져 4백50명의 사망자를 낸 에티오피아 열차사고,화재로 1백50명의 목숨을 뺏은 방글라데시의 열차사고,86년 마주 달려오던 열차가 정면 충돌,70명의 사망자를 낸 칠레의 열차사고,91년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충돌해 1백여명이 죽은 파키스탄 열차사고 등….
그런데 어제 오후 부산에서 일어난 무궁화호 열차사고를 보면 우리도 아직 후진국형 열차사고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철길밑에 땅을 파면서 안전을 소홀히 한 것은 물론 철도청에 통고조차 하지 않은 한전측이나,또 탕 파는 것을 알면서도 미리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철도청이나 모두 「내몰라라」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열차가 철길밑에 파놓은 「함정」으로 빠지다니,천하가 웃을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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