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피해자들 생생한 증언담아|일본내 각급학교 순회상영 계획|국내촬영 마치고 10월 완성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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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정신대 만행을 비롯한 양민학살 ,인체실험등 일본군국주의가 저지른 인류의 비극적인 현장을 일일이 살펴보고 아직도 깊은 상처를 안고 신음중인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필 름에 담아 그동안 왜곡돼 온 일본 역사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정이대 만행등이 전후반세기동안 풀리지 않은 한일 양국간 현안이 돼 외교적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양심적인 교육자와 재일동포등이 일본 신세대에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말못했던 전쟁』(일명 침략)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에 나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일본시즈오카대학 후지모토 오사무교수(61·사회사상사)와 모리 마시타카 (51· 시즈오카 하토리중학교 역사교사)· 오쓰카 히로시(45·시즈오카 하사바타국교교사)· 사노 마사유키(36· 시즈오카 전보서비스센터)· 재일동포 윤수원씨(45· ATI일본어학교이사) 등 5명.
이들은 당초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으로 한일관계가 심각한 양상에 이르자 그동안 2세 교육에 활용해 온 역사 교과서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확인작업에 나서던중 진실의 기록을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키로 뜻을 모으고 85년 가칭 영하『피략』제작 및 상영위원회(위원장 후지모토 오사무교수)를 발족했다는것.
그러나 일본국내에서 시나리오 집필에 따른 자료수집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어서 영화제작은 기획단계에서부터 벽에 부닥치기 일쑤였다.
그러던중 89년 마침 중앙일보가 제2차 세계대전당시 중국 산동생의 성도제남에 주둔했던 일본배중국파견군 제남지구 방역급수반에서 중국어 통역관을 지낸 최형진씨(72· 대구시월성동 영남맨션102동302호)를 찾아 그를 통해 일본군이 한국인과중국인들을 인간 사냥하듯 무자비하게 납치해다 인체에 페스트균등 각종 세균을 주사하고 발병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관찰하면서 왁친개발실험을 자행해 온 사실을 밝혀내 보도했다.
또 같은해 7월20일자「종전 44년만의 충격, 중국 제남에 제2세균전부대」제하의 인체실험을 자행한 기사와 8월14일자「중국 통주학살은 일군 조작극」등을 보도했다.
또 같은해 8월호 월간 중앙에서도「일본군의 중국제남 인체실험」제하의 논픽션이 보도되자 이들은 이를 테마로 다큐멘터리 제작기획에 착수했다.
거기에다 지난해 8월14일엔 중앙일보가 또 다시 최씨를 통해「정신대는 피야(일명유곽) 라는 낭자군에서 시작됐다」는 제하의 일제 정신대 만행이 태평양전쟁 훨씬 이전 중일전쟁 초기부터 조선여인들을 회유하거나 강제 징발해 유곽형태의 군전용 위안소에서 부터 시작된 사실을 보도하자 이들은 시나리오를 수정, 한국과 중국에서 빚어진 전반적인 일제만행에 대한 본격 다큐멘터리촬영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동안 중국하배생 통주를 비롯, 제남· 외춘· 봉천· 대련등을 거쳐 지난 20일 한국에 와 대구를 중심으로 국내 촬영에 들어간 이들은 10월 60분짜리 다큐멘터리 제작완료와 함께 시즈오카 일대의 초· 중· 고교및 대학교등 각급학교를 대상으로 1차 순회상영을 마친뒤 상영 성과에 따라 2차로 일본전역에 걸쳐 순회상영에 나설 계획.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감독을 맡고 있는 모리 마시타카는『일본 역사교과서를 완전히 배제하고 순수한 교육자적 양심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그동안 60여명의 전쟁 피해자들을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며 『특히 과거 일본이 36년동안 한국에 대해 저지른 만행은 가해자인 일본정부가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해야 할 문제인데도 반세기동안 한일양국간의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인=김기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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