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남미펀드가 뜨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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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남미주식펀드가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시판된 지 3개월여 만에 판매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설 정도입니다. 판매량 급증의 배경은 올 들어서도 지속된 남미펀드의 고수익 행진입니다. 남미 6개 국가의 주식시장은 2003년부터 5년째 하락 없는 상승 국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남미 주식시장의 대표 주자인 브라질과 멕시코 증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년간 각각 330%, 325%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19% 전후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같은 기간 신흥공업국 평균 주가상승률(5년간 178%, 올 들어 15%)에 비해 높은 수익률입니다.

 대다수 펀드가 벤치마크로 삼는 모건스탠리지수(MSCI)에 따르면 남미를 구성하는 국가들의 글로벌 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은 1.6%(한국 1.3%)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남미 주가지수 내 국가별 비중은 브라질 53%, 멕시코 31%, 칠레 8%, 아르헨티나 4%, 페루 2%, 콜롬비아 2%입니다. 따라서 남미펀드의 수익률은 브라질과 멕시코가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펀드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나 대다수 남미펀드는 지수 구성 비중에 맞춰 투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의 주가가 신흥공업국 평균을 웃돌 수 있었던 것은 산업 기반 때문입니다. 주요 생산물은 광물과 농산물입니다. 이 품목들은 수요가 늘면 가격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활황은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크게 늘렸고, 이는 생산물의 가격 급등 및 브라질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해 미국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국 및 브라질의 원자재를 사용해 공산품을 생산하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는 산업구조입니다. 브라질과 멕시코는 상호보완적 산업구조 및 높은 미국 의존도 때문에 실물경기와 주식시장 사이클이 유사합니다. 특히 2003년부터 양국의 경제성장률 및 주가 등락률은 쌍둥이를 보는 듯합니다.

 남미주식펀드에 대한 투자는 세계경제가 현재의 활황세를 지속하는 한 낙관적입니다. 다만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원자재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 상승세만큼이나 하락세 또한 가파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남미펀드는 브라질과 멕시코의 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국가별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고수익 고위험’의 특성을 가진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주식펀드로 생각하고 남미펀드 투자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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