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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종 신정당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형사 콜롬보」이후 트렌치코트 하나로 기억되는 한국사람을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없이박찬종신정당대표를 거명할 것이다.
붉은자주빛 목도리를 매치한 영국풍의 더블버튼 트렌치 코트 차림. 지난해 대선기간 대통령후보로 나왔던 박대표가 노상유세를 전전하며 늘 입었던 옷이다.
대선기간「비싼 외데코트」라는등 억측을 차아내기도 했던 이 옷은 그러나 91년 백화점세일에서 16만원에 구입했다는 국산 닥스제품.
『가난한 정치인이 깨끗한 정치를 하자는 마당에 옷에 신경쓰게 됐느냐』『점퍼처럼 편안하면서도 추위에 견딜 수 있는것을 가지고 있는 옷중에서 고르다 보니 이 옷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깨끗한 정치실현을 위해 기꺼이 더러운 옷을 입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는 것이다. 단벌로, 그것도세탁도 하지 않은 옷을 한달넘게 입은 사람은 십중팔구 궁상맞아 보인다. 그러나 박대표에게서는 궁상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당히 세련되고 신선한 인상이다.
이러한 인상은 그가 대선기간에 보여줬던 거칠것 없는 당당한 태도에도 기인하지만 1m72cm키에 75kg의 군살 없고 근육질도 아닌 타고난 체격조건과 도회적이며 귀족적인 외모가 어떤 옷이든 소화해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기 때문인 듯 하다.
박대표는 옷을 잘 입는 국회의원으로 통한다. 그런라고 비싼 맞춤복을 입는 일은 없다. 한벌에 20만원을 넘지 않는 기성복을 입는다는 것이 그의 의생활 원칙. 가격에 맞고 색상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옷을 브랜드에 관계없이 스스로 고른다. 좋아하는 색상은 중·저채도의 중후한 느낌을 주는 것. 그가 즐겨입는 옷은 칼러 양끝에 작은 단추가 달린 버튼다운셔츠와 세퍼레이츠(일명 콥비). 이런 복장으로 그는 일상업무에서 국회 본회의까지 종횡무진으로 누빈다. 흰색와이셔츠에 엄숙한 색상의 넥타이, 짙은 감색, 검은색, 노블그레이의 한벌정장이 주종인 국회의원사회에서 이러한 박대표의 복장은 파격적인 것이다.
박대표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획일화를 지양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신념을 고집스레 드러내보이며 산다. 상황논리를 내세운 타협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고집스러움이 옷입기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박대표는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이 아니라 『옷은 자유스럽고 편안하고 기능적이고 마음에 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평소의 생활철학으로 옷을 입는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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