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부시 대 존 케리, 병역 결점 '도망자' 말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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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대선에서도 네거티브 캠페인이 후보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로 작용한 사례가 많다. TV 등 대중매체를 이용해 상대 후보의 개인적 결점이나 실수를 집중 공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1988년 대선 때 조지 부시(공화당)와 마이클 듀카키스(민주당)의 대결에서 듀카키스가 지지한 '죄수의 주말 휴가제도'가 화근이 됐다. 부시 진영은 윌리 호튼이란 살인범이 이 제도를 이용해 납치 강간을 자행한 사건을 소재로 TV광고를 만들었다. '유괴' '강간'이란 큰 자막을 넣어 듀카키스가 흉악범에게 휴가를 주어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수많은 흉악범이 감옥의 커다란 회전문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회전문' 광고로 2차 공격에 나서 듀카키스를 눌렀다.

린든 존슨(공화당)과 배리 골드워터(민주당)가 맞붙은 64년 대선 때의 '데이지 걸' 광고는 네거티브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존슨 진영은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 골드워터의 발언을 근거로, 데이지 꽃잎을 따며 놀던 순진한 어린 소녀의 눈망울에 핵 폭발의 버섯구름이 투영되는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는 월요일 밤 영화 시간에 딱 한 번 나갔지만 신문.방송들이 충격적인 장면을 앞다퉈 보도하면서 선거 쟁점이 핵 문제에 함몰돼 버렸다. 존슨이 압승했다.

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공화당)와 존 케리(민주당) 간의 2004년 대선도 혼탁한 네거티브 선거였다. 케리 측은 부시가 베트남 전쟁 기간 미국 내 국가수비대에서 복무했던 점을 들어 "도망자"라고 불렀다. 부시 진영은 케리의 베트남 참전 경력이 대부분 과장됐다고 주장, 선거판을 얼룩지게 했다.

김정욱 기자

바로잡습니다
린든 존슨은 민주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는 공화당 후보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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