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봉급동결 문제없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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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대통령이 19일 담화에서 올해 공무원봉급을 동결하겠다고 한 것은 당면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을 공무원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국민에게 근검과 절약을 호소하려면 정부 스스로가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노력을 보여야 하고,그 가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무원봉급동결을 선택한 것같다. 이것은 앞으로 정부투자기관은 물론 일반근로자들의 임금인상억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사회 전반에 소비절약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같은 정부의 수범적 절약의지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로 인한 공무원의 사기저상이나 직무에 대한 자긍심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공직자의 부정·비리 때문에 전체 공직자의 이미지가 도매금으로 먹칠을 당해온데다 새정부가 사정의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위축돼 있다고 들린다. 게다가 봉급마저 동결되면 가뜩이나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 대부분의 공무원들에겐 불만과 불평의 대상이 될수 밖에 없다. 다행히 정부는 오는 96년까지 공무원의 봉급수준을 국영기업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공직자로서의 이해와 사명감으로 일시적인 고통을 감내하고 극복할 수 밖에 없을 것같다.
이 기회에 정부로서도 봉급문제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보장을 위한 다각적인 제도적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도 다른 사람들과 꼭같이 식솔들을 먹여살리고 인간으로서의 생활을 향유할 권리를 타고난 국민의 일원이다. 그들이 공무원의 신분으로 남달리 지켜야할 규범과 의무가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국가적 보상이 있어야 하며 신분이 보장돼야 마땅할 것이다. 까다로운 규범과 의무만 강요받으면서 적절한 보장과 보상이 부족하기때문에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과 재량이 오용되거나 남용되는 경향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박봉이 공무원 비리의 한 원인이라고 보면 가뜩이나 박봉인 공무원의 봉급동결은 새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정화라는 또 다른 목표를 저해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공직자의 부정·비리가 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러한 소지를 제도적으로 없애는 책임은 정부측에 있는 것이다.
재정을 절약하는 방법이 반드시 모든 공무원의 봉급동결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 공무원의 인원이 적정선인가를 따져보고,현재의 근무태세를 전면 재점검해서 근무강도를 높임으로써 절감할 수 있는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도 근본적으로 따져볼 일이다.
효율성을 높이면 재정지출의 절감을 위해 모든 공무원의 봉급을 일률적으로 동결할 필요는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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