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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은 특별법을 낳고 … 문제는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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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방 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노무현 정부의 12대 국정과제 가운데서도 최우선 목표다. 균형발전은 장기 과제일 수밖에 없지만 현 정권은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는 듯 조급하게 밀어붙였다. 각종 인허가를 면제하는 특별법이 쏟아져 나온 이유다. 이번 정부 들어 제정된 개발 관련 특별법만 18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발 특별법 가운데 3~4개는 연내 국회 통과가 유력시된다. 20개가 넘는 특별법이 전국 곳곳을 헤집어 놓으면서 땅값 상승과 보상금을 노린 투기가 판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개발 관련 특별법은 천문학적 액수의 정부 재정 지원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은 '특별 개발' 중=개발 관련 특별법의 상당수가 특정 지역에 대한 선심성 지원이다. 그러다 보니 비슷비슷한 특별법이 명칭과 대상 지역만 바꿔 양산됐다. 전국 국토의 상당 부분이 개발 대상지에 포함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연구원은 "특별법에 따라 수혜층이 생기면 다른 쪽에서도 반발과 불만이 쏟아지게 마련"이라며 "그걸 무마하기 위해 다시 특별법을 동원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전남 무안이 기업도시로 선정되자 주변지역이 반발했다. 그러자 개발 범위를 넓힌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 사업이 만들어졌다. 여기에다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 '서남권 등 낙후지역 발전 및 투자촉진특별법안(S프로젝트)'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특별법에 따른 개발계획 발표는 곧바로 땅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전국 땅값은 평균 10.8% 올랐다. 같은 기간 행정도시 예정 지역인 충남 연기의 땅값은 41%, 공주는 29% 상승했다. 기업도시 중 전북 무주가 20.7%, 무안이 13%, 혁신도시인 전남 나주가 22%, 충북 음성이 19% 올랐다.

땅값 상승에 따라 토지보상금 총액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부터 2009년까지 매년 20조~30조원의 토지보상비가 풀릴 예정이다. 정부는 뒤늦게 토지보상금을 현금이 아니라 채권보상을 늘리고 땅으로도 보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미 땅값은 오를 대로 오른 뒤다.

◆국민 부담 눈덩이=특별법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게 각종 지원책이다. 이런 지원책엔 으레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행정중심복합도시.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과 같은 대형 개발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잡아 52조원으로 추산된다.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5개년 계획'에 소요되는 예산은 20조2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일반법과 겹치는 데다 특별법끼리도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재원 마련이 안 돼서 표류 중인 사업도 많다.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들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만들어진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2023년까지 4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가 주도 문화 프로젝트라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막상 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삐걱거리고 있다.

특별취재팀=경제부문 정경민 차장, 김준현.박혜민.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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