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신인문학상을 꿈꾸는 2000여 제위께 드리는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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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마침내! 중앙 신인문학상 공고가 났다(7월 9일자 2면). 딴에는 정성껏 응모 요령을 적었지만 문의 전화는 끊이지 않는다. 해마다 여름이면 중앙일보 문화부 전화기는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그 담당자로서 오늘 몇 말씀 올린다.

 아시다시피 중앙 신인문학상은 여느 신춘문예와 같은 제도다. 당선자에게 등단 자격을 부여한다. 다르다면 접수 시기다. 중앙 신인문학상은 8월 한 달간 원고를 접수한다. 접수 시기를 앞당긴 건 중복 응모 때문이었다. 신춘문예가 죄다 연말에 몰려있어 중복 응모 문제는 요즘도 거의 해마다 불거진다.

 여름으로 확 당겨 놨더니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응모자가 폭주한 것이다. 시 부문에 1000명, 소설 부문에 1000명 정도가 해마다 원고를 보낸다. 참고로 여느 신춘문예는 시 응모자가 200명 정도에 그친다.

 응모 쇄도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중앙 신인문학상만 덩그러니 놓여있어서이다. 응모자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되기 때문이다.

중앙 신인문학상의 권위도 빠뜨릴 수 없는 이유다. 김치수·오정희·이시영·박범신·황지우·이광호·나희덕 등 쟁쟁한 문인이 중앙일보 신춘문예 출신이다. 단편소설 1000만 원, 시·평론 각 500만 원에 달하는 상금은 여느 기성 문학상에 버금간다. 그래서 중앙 신인문학상은 여느 신춘문예보다 심사위원도 많고 심사기간도 길다.

 산처럼 쌓이는 원고 앞에서 담당자는 마냥 행복하다. 하나 골칫거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미 등단한 ‘문인’이 중앙 신인문학상에 응모하고 있다. 사실 처음엔 이 문제에 관대히 대처했다. 그랬더니 등단 자격을 부여한다는 본래 취지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가장 난처한 경우는 지방 일간지 출신 문인의 응모였다. 그들은 “등단을 했어도 원고 청탁이 없었다”고 항변한다. 맞는 말이다. 또 문단은 지방 일간지 출신 문인이 중앙 일간지에 응모하는 행태를, 원칙에는 어긋난다고 말하면서도 너그러이 바라봤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문제는, 다른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인이 응모했을 때였다. 이 정도면 아예 격이 달라진다. 중앙 신인문학상은 그러니까, 또 하나의 기성 문학상이 되고 만다.

 문단의 많은 분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 다들 “허 참, 골치 아프네”하며 어려워했다.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다른 매체로 등단한 문인은 응모자격에서 빼기로. 심사과정에서 빠뜨렸다면 나중에라도 당선을 취소하기로. ‘해당 부문 기성 작가는 응모할 수 없음’이란 한 줄짜리 응모 요령 뒤엔 이런 사연이 숨어 있었다.

 많은 문학 지망생이 “설마 당선을 취소하겠어? 그러면 중앙일보도 손핸데…”라며 요행을 바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맞다, 손해다. 아니다. 언론사 입장에서 당선 취소는, 차라리 수모에 가깝다. 그런데도 매몰차게 굴기로 했다. 그래야 옳다고 판단했다. 옳은 건, 옳은 거다.

 중앙 신인문학상을 개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돈을 벌 꿍꿍이도 없고 문단 줄 세우기는 생각도 없다. 요즘 한국문학의 폐단 중 하나를 기존의 신춘문예에서 찾는 움직임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올해도 원고를 받는다. 오로지 한국문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 원칙을 지키려고 야박해지기로 했다. 그러하니 응모자 제위께서도 도와주시라.
 자, 올해도 판이 벌어졌다. 일상의 뒤편으로 치워버린 작가의 꿈을 다시 집어드시라. 뜨거운 여름밤, 문학을 향한 열정으로 지새우시라. 한국문학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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