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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형사 흐뭇한 만찬(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16일 저녁 서울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서는 「범죄와의 전쟁」이후 일련의 「전투」에서 「승리」한 일선 경찰관들을 격려하는 조그마한 행사가 열렸다. 신임 여관구서울경찰청장이 최근 살인·강도 등 강력사건을 해결한 일선 경찰서 소속 형사 1백50여명을 저녁식사에 초청한 자리였다.
『가장 중요한 경찰업무인 강·절도 및 폭력사범들을 잡는 형사활동에 모든 면에서 지원을 다하겠습니다.』
여 청장의 격려사를 듣는 경찰관들은 그동안 강력사범들을 쫓는 과정에서 쌓인 피로를 상당히 떨쳐버리는 모습들이었다.
처음 세종홀을 가득메운 어색한 분위기는 한잔의 축배후 식사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무르익어 저마다 숨겨놓은 공훈담과 일선 형사로서 겪는 어려움 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정이 중요한건 형사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면 해결하기 전까지는 두발을 뻗고 편히 잘 수가 없습니다.』
관내에 발생한 살인사건 범인을 잡기위해 한달여간을 사건본부가 차려진 파출소에서 새우잠을 잤다는 한 형사(32)는 다섯살 난 딸이 『아빠,언제 집에 와』라고 물어올때 가장 힘들었노라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한다는 한 고참형사(50)는 강력사건이 발생할때마다 『치안유지를 도대체 어떻게 하느냐』는 시민들의 질타가 가장 괴로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비교적 젊은 연령층의 형사들은 사건현장에서 열심히 뛴 선배들이 필기시험 성적이 나빠 승진에서 누락될때 몹시 안타까웠다며 형사들의 승진체제의 개선을 희망했다.
그동안 경험한 고충들을 털어놓으면서도 이날 참석자들은 「서울경찰청 발족이래 처음」으로 서울경찰청장이 저녁식사 초대로 자신들의 노고를 격려해준 이날 행사가 고맙고 반가운 표정들이었다.
1시간30여분만에 끝난 이날 저녁식사는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왕도는 「민생치안 확립」에 있음을 경찰 내부에서 확인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자리였다.<이상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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