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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많은 의원 규모줄이기 묘책 골몰/민자의원 재산 누가 많고 적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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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진재·정재문의원 1,2위 다퉈/광산노조위장 출신 유승규의원 “꼴찌망신” 걱정
지난 12일 김종필대표와 함께 재산을 공개한 민자당 3역의 방에는 요즘들어 의원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오는 22일 발표될 의원재산공개에 대해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그런데 의원들은 3역에게 단순히 재산공개 요령만을 묻는 것이 아니다.
특히 돈이 많은 의원중에는 재산공개 후유증을 염려한 나머지 액수를 줄이는 묘책은 없느냐고 자못 노골적인 태도로 나오는 이도 있다고 한다.
17일 하룻동안 6명의 의원들과 상담을 나눴다고 밝힌 한 고위당직자는 『재력가로 잘 알려진 의원말고도 큰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놀랐다』며 『이들은 한결같이 액면 그대로 재산을 밝힐 경우 과연 유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돈이 없는 의원들은 행복한 고민거리를 들고 찾아온다고 한다. 이들은 『재산이 너무 없으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며 다소 재산을 부풀려도 무방하냐고 묻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의원들 대부분이 김영삼대통령 및 김 대표·최형우사무총장이 제시한 공개액을 기준삼아 재산을 이리저리 꿰맞추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또 몇몇 유력 의원들의 재산에 대한 소문 또는 물건내역을 흘리는 문건도 나돌고 있어 한차례의 홍역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22일 민자당의원들의 재산이 공개되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예가 적지 않을 것 같다.
돈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이 생각보다 적은 액수의 재산을 밝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는 항간의 소문처럼 예금을 현금화하거나 무기명 채권 등을 구입하고 부동산 명의신탁 등을 통해 액수를 줄이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재단법인을 만드는 등 합법적으로 재산을 줄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자타가 인정하는 엄청난 재력가는 주식·부동산 소유현황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돼 있어 재산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당내에선 이번 재산공개 결과 재력 1위를 차지할 사람으로 단연 김진재의원을 꼽고 있다.
부산의 유력기업인 동일고무벨트를 경영하고 있는 김 의원은 회장인 부친으로부터 상당한 주식·부동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땅부자로 알려진 정해영 전국회부의장의 아들인 정재문의원도 김 의원 못지않은 큰 재산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나 정작 본인은 『기대에 못미칠까봐 걱정』이라고 말한다. 정 의원은 『부친이 큰 땅을 가지고 있었으나 야당하면서 많이 팔아 썼고 지난 80년 신군부에 경기도 남양주군 임야 1백40여만평 등 상당한 땅을 빼앗겨 현재 1백억원에도 미달한다』고 밝혔다.
김·정 의원 뒤를 이을 사람으로는 서울 서초동 금싸라기 땅 등과 상당한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 이명박의원(1백억원 주장)이 제일 먼저 손꼽히고 있다.
김재순 전국회부의장과 최돈웅(경월소주 경영·1백억원 주장)·이승무(봉명그룹)·김동권(쌍마섬유)·김문기(상지학원)·박주천(부인이 의류업체 소유) 의원 등도 단위가 백억원대라는 소문이다. 이밖에 이원조·금진호·박재홍(동양철관·50억원대 주장)·오장섭(대산건설·40억원 주장)·이현수(유진실업) 의원 등도 상위권에 들 것임은 틀림없다.
한편 이미 38억8천만원밖에 재산이 없다고 밝힌 임춘원의원처럼 재산공개결과 주위를 어리둥절케 할 재력가들도 많을 것이라고 한다.
보통이 훨씬 넘는 재산가로 알려진 임 의원은 재산공개뒤 『그것밖에 안되느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자 『장학·의료재단에 각각 1백억원 정도 출연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재산은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갑자기 장학재단 등 공익법인 설립현상이 나타날 전망도 있다. 일종의 재산공개 기피 수단으로 말이다.
박준규국회의장도 최근 선조 박팽년 기념사업재단에 돈을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몇백억원의 재산을 소유한 것으로 소문이 파다하게 났으나 『공시지가와 기준시가로 부동산 등을 추산하다 보니 실제 공개할 재산은 몇십억원대에 불과하다』고 그의 한 측근은 밝혔다.
경북 선산의 부호였던 선대로부터 상당한 유산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윤환의원도 『이미 재단법인 오상학원에 많은 돈을 냈기때문에 공개할 재산은 20억원에도 미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돈이 없는 순으로 치면 광산노조위원장 출신 유승규의원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유 의원은 『강원도 태백의 집 한채와 포텐샤 승용차가 재산의 전부』라며 『명색이 재선인데 꼴찌하면 망신당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걱정하는 눈치였다.
서울 목동에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 한채와 승용차 정도만을 가지고 있다는 박범진의원도 『집을 기준시가로 값을 매기면 1억여원밖에 되지 않으므로 그냥 시가로 계산하겠다』며 재산가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박희부(3억원 주장)·박경수·강삼재·이긍규·이종근의원 등도 고미다락 깊숙이 감출만한 동산마저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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