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피아노·악보… 실제로 보니 짜릿한 감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모차르트의 머리카락 진품


250년 만의 서울 나들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전에는 모차르트의 삶의 체취를 느끼게 하는 진품이 많다. 모차르트의 작품은 너무도 많아 그의 사후에 쾨헬(Ludwig Ritter von Kchel)이라는 사람이 모차르트 생애의 연대순에 따라 정리했는데(1862년 출간) 그것을 쾨헬넘버(KV)라고 한다. 쾨헬넘버 1번은 모차르트가 5살 때 쓴 피아노트리오 C장조(1761)이다. 이 작품에서 이미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그 악보 원본을 실제로 바라보는 감동은 짜릿하다.

이뿐만 아니다.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모차르트가 쳤다는 피아노의 모습이다. 모차르트가 아마도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슈타인웨이와도 같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을 두드린다면 형언할 수 없는 황홀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모차르트 시대의 피아노는 쳄발로에서 피아노로 가는 중간 단계의 악기이며 페달도 없고 건반 수가 61개밖에 안 되는(현재는 88건반) 매우 초라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쇼팽이나 드뷔시와 같은 낭만시대의 곡은 페달 없이 연주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음악은 페달 없이도 연주가 가능하다. ‘모차르트톤’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레가토가 아닌 논레가토로 치는 것을 말한다. 레가토와 스타카토의 중간 정도의 느낌으로 쳐야 모차르트 음악다운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모두 악기의 모습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모차르트의 신체 일부인 그의 머리카락 진품을 목도하는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모차르트 영화에는 그의 부인 콘스탄체가 낭비벽이 심하고 부주의한 여인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그녀는 재정 문제를 처리하는 데 유능했고 남편의 음악을 꾸준히 성원해 주었다. 두 아이의 훌륭한 어머니로서 모차르트의 과격한 행동을 견제한 좋은 아내였다. 모차르트의 편지 속에는 아내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잘 표현되고 있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사후 콘스탄체는 덴마크의 외교관 닛센(Georg Nicolaus von Nissen)과 재혼했다. 그런데 닛센은 모차르트에 관한 훌륭한 전기를 쓴 인물이었다. 닛센의 전기는 콘스탄체의 생생한 증언을 반영하기에 매우 소중한 것이다. 이 머리카락은 닛센의 원고 갈피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도올 김용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