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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차원 떠나 국제문제로 비화/북한 「핵금지조약」 탈퇴와 미국입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예상넘는 「심각한 사태」로 판단/북서 철회안하면 응징 불가피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지금까지는 두개의 축을 연결시켜 대응해 왔다.
하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북한 핵사찰이라는 다자적 해결이며 다른 하나는 남북한 상호사찰에 의한 양자적 해결이다.
이 두가지 방법은 상호 보완적인 것이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던 공노명남북핵통제위 한국대표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이러한 두개의 축이 손상되지 않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놓고 미국정부와 협의를 가졌다.
김영삼정부의 출범과 함께 남북대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코자 했던 한국정부로서는 북한 핵문제,특히 IAEA가 결정한 특별사찰을 억지로 밀어붙일 경우 남북문제는 냉각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북한에 줄 수 있는 유연한 카드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는데 고심했다.
그러나 사태는 한국정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그리고 훨씬 심각하게 다가왔다.
한국정부가 북한에 대한 유연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시각에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90일규정 준수 의무
북한의 NPT 탈퇴선언은 북한 핵문제가 이제는 완전한 국제문제로 비약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북한의 핵문제는 남북한간의 문제 차원을 넘어 어떻게 보면 한국정부의 목소리가 작용할 소지가 거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대변인은 북한의 NPT탈퇴에 따른 설명에서 이 문제가 분명하게 국제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비록 NPT의 틸퇴를 선언했다 하더라도 조약에 의거,90일간은 조약의 규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이 IAEA의 조치를 받아들이도록 촉구하면서 탈퇴선언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우처는 이 문제가 우선 IAEA와 관련이 있는 상황이며 아울러 IAEA가 유엔안보리 권한하에 있으므로 유엔안보리의 소관사항임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의도는 이 문제를 완전하게 국제문제화 시켜 국제적인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미국의 북한핵 국제이슈화를 통한 접근은 이라크에 대한 핵사찰의 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이라크식 압력
미국은 이라크 핵문제를 다루면서 직접적인 개입 대신에 유엔안보리결의를 통해 대이라크 압력을 가했다.
안보리가 결의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유엔의 이름으로 압력과 응징을 가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북한의 핵문제를 원칙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편 뉴욕 타임스지는 12일자 사설에서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를 대결의 국면으로 치닫게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대화 등을 통한 유화정책을 취해 북한을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북한도 어쩌면 미국이 이렇게 나와주기를 바라고 극한의 카드를 내놓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문제를 이러한 미­북한간의 관계로,혹은 남북한간의 관계로 해결하기보다는 유엔이라는 정식절차를 통한 해결을 결심함으로써 북한의 핵문제는 원칙을 벗어난 해결이 사실상 어렵게 된 측면이 있다.
북한이 특별사찰을 거부하고 NPT의 탈퇴를 밀고 갈 경우 유엔은 이에 합당한 결의나 권고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결국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번 북한의 NPT탈퇴가 처음있는 일로 이것을 수습치 못할 경우 국제사회 핵확산의 추세를 막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사 존중해야
한국으로서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한반도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중요한 국제문제로 치달으면서 이번 사태를 주도하기가 매우 어렵게 돼있다.
한국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북한의 핵을 막기위한 국제적인 조치가 수반되고 그로 인해 긴장이 고조된다면 결국 피해자는 한국일 수 밖에 없음에도 이같은 주도권을 잃은 북한 핵문제는 한국 새정부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한편 북한의 NPT 탈퇴는 북한의 기존 강경노선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 시키고 있다.
한국정부로서는 과연 이러한 현실에서 남북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문제가 단순히 국제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의 문제라는 사실을 강조,제재방식 등에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통로를 마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강경노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복잡한 상황을 우리는 맞고 있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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