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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미국 대선] 민주 '딘 風'으로 경선 흥행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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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지사 선거캠프는 미 전역의 유권자 수십만명에게 e-메일을 보냈다. "12월 30일 연말 파티 때 한 동네에 사는 딘 후보 지지자들과 만나실 생각이 없습니까. 만일 당신 집을 파티장소로 제공할 의향이 있거나, 그런 파티에 참석하고 싶으면 다음을 클릭하십시오."

미국인들이 연말이면 반드시 송년 파티를 연다는 데 착안, 그걸 풀뿌리 지지모임으로 바꿔보겠다는 딘 후보 측의 전략이었다. 실제로 30일 밤 미국 내 수천곳 이상에서 딘 지지자들이 모인 송년파티가 열렸다. 딘 전 주지사와 딘 지지를 선언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저녁 여러 대의 전화를 동시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파티장마다 전화로 감사를 표시, 지지자들을 열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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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 대선은 딘 전 주지사 때문에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거의 '무명'이었다. 의사 출신으로 북동부의 조그만 주, 버몬트의 주지사를 지냈을 뿐이고 진보적 성향이 너무 강해 민주당 내에서도 '이단'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진보성향 인터넷 매체가 민주당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한 사실이 알려진 뒤 딘 전 주지사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오는 19일의 아이오와의 코커스(당원대회)는 물론 27일의 뉴 햄프셔, 다음달 3일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예비선거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양대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도 이번 호에서 동시에 딘 전 주지사를 커버 스토리에 등장시켰다.

타임지와 CNN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딘 민주당 후보가 현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맞설 경우 46% 대 51%로 부시 대통령이 승리한다. 하지만 이는 오차 범위 내다.

하지만 '딘풍(風)'이 사그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2000년 대선 때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이 돌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선거 때마다 초기에 분위기를 잡던 후보가 끝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딘 전 주지사가 민주당의 기득권과 마찰하는 것도 주목된다. 민주당의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상원의원 부부는 그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그나마 딘이 등장했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은 흥행 성공 가능성이 커졌고, 경선이 관심을 끌면 대선에서도 이득을 본다"며 '딘 효자론'을 펴기도 한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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