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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terview] “한국 폭탄주 맛 끝내줍니다”

중앙일보

입력

▶ 1962년 프랑스 출생
파리고등상업학교(ESCP) 졸업
1988년 페르노리카 입사
1990년 지주회사 재무팀장
1994년 재무ㆍ행정 이사
1998년 켐벨 디스틀러 전무
2000년 올랜도 윈담 대표
2004년 시바스 브러더스 CEOㆍ회장

이코노미스트 박정희의 위스키 ‘시바스 리갈’,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발렌타인’, 그리고 ‘로얄 살루트’ ‘썸씽 스페셜’ ‘패스포트’…. 국내 애주가들에게 친숙한 이 위스키들은 모두 영국계 주류전문 그룹 시바스 브러더스의 브랜드다. 주력 상품인 스카치 위스키만 연간 2000만 상자를 판매한다. 시바스 브러더스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천 포터(45)가 지난 3일 한국을 찾았다.

사진기자가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자 포터 회장은 테이블 위에 놓인 발렌타인 30년산을 높이 들어 보이며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현재 발렌타인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그는 앞으로도 시바스 브러더스의 위스키가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것으로 낙관했다. 국내에 속속 상륙하는 경쟁 위스키 브랜드들도 거의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시바스 브러더스의 위스키는 지금처럼 한국인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위스키로 그 인기를 계속 유지할 겁니다.”

국내에서 급팽창하고 있는 와인 시장도 경계하지 않는 눈치였다. 와인 시장이 커지는 만큼 위스키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에 와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와인은 와인이고, 위스키는 위스키죠.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 바(Bar)와 룸살롱을 찾는 고객층은 여전히 탄탄하게 자리를 지킬 것으로 확신합니다.”

“와인시장 팽창은 위기 아닌 기회”

그는 오히려 와인 시장이 커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오히려 우리에겐 희소식입니다. 시바스 브러더스는 위스키 외에도 유명 와인 브랜드를 여럿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위스키 시장을 뺏기는 게 아니라 와인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가 한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확신하는 데는 국내 주류업계와 한국인들의 ‘술’ 문화에 남다른 식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한국을 찾는다고 했다. “한국에 올 때마다 현지법인인 진로발렌타인스 임직원들과 술집을 찾아다니며 한국 소비자들의 술 취향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그는 ‘폭탄주’에도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처음 한국에서 맥주에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독특한 제조법을 목격하고도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던 그다. 심지어 자사 위스키들이 폭탄주 재료가 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든, 콜라와 섞어 마시든, 녹차에 타 마시든 그건 고객의 취향이죠. 물론 우리는 ‘온더록스’로 마시기를 권하고는 있지만요.”

“한국서 골프대회 새 역사 쓴다”

그 역시 한국에 올 때마다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아마 오늘 저녁에도 폭탄주를 적잖게 마시게 될 것 같습니다. 맛이 아주 좋습니다. 나라마다 술 마시는 문화가 다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는 2004년 시바스 브러더스의 회장 겸 CEO로 임명됐다. 88년 시바스 브러더스의 모태 기업이자 현재 지주회사인 페르노리카에 입사한 지 불과 15년 만에 그룹의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다.

감사, 재무팀장을 거쳐 풍부한 국제 마케팅 경험을 쌓은 그는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서 ‘쾌속승진의 전설’로 불린다. 페르노리카가 얼라이드 도맥을 인수하면서 그는 세계 2위의 스카치 위스키 회사와 세계 1위 프리미엄 진 회사를 동시에 경영하게 됐다.

그는 발렌타인이 후원하는 세계적 골프대회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월드 클래스)’의 한국 개최를 알리기 위해 방한했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내년 3월 13일부터 16일까지 열리며 상금은 200만 유로(약 25억원)에 달한다. 상금이 큰 만큼 세계 유명 선수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기대돼 국내 최대, 아시아에서는 네 번째로 큰 대회가 될 전망이다. 본대회는 유럽 PGA,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패러랠 미디어그룹과 연계해 진행되며 제주도 핀크스 골프장에서 개최된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한국 최초의 진정한 국제대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국제골프대회의 새로운 역사를 발렌타인이 쓰게 된 거죠.”

1827년 탄생한 발렌타인은 30년산을 필두로 세계에서 가장 폭넓게 팔리는 스카치 위스키로 세계 시장 점유율은 3위다. 한국에서도 명실상부한 ‘넘버원’ 스카치 위스키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발렌타인과 골프의 공통점을 강조했다.

“발렌타인의 우수한 품질과 높은 위상은 국제골프대회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골프와 발렌타인 모두 스코틀랜드에 뿌리를 두고 있죠.”

골프는 1450년 세인트앤드루스, 레이스, 에든버러와 인접한 스코틀랜드 동해안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발렌타인의 창업주인 조지 발렌타인 역시 이곳 에든버러에서 처음 주류사업을 시작해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120여 명의 선수 중 60명은 세계 랭킹 리스트에 올라 있는 선수들이며 27명은 유러피언 투어 오더 오브 메릿 선수들이다. 이 중 6명은 공식적인 세계 골프 랭킹 ‘톱 10’ 안에 속해 있으며 21명은 톱 50에 드는 뛰어난 선수들이다. 현재 유러피언 투어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선수들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에게 토너먼트의 문을 활짝 열어줄 생각이다. “무엇보다 한국 선수들이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KPGA 선수들을 위해 25개 자리를 비워 두었습니다.”

“최경주 등 한국 선수에 25석 마련”

그는 이 대회를 통해 발렌타인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골프는 한국의 대표적 스포츠가 됐으며 발렌타인은 한국의 대표적 위스키죠. 우리가 후원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발렌타인은 이미 3년 동안 후원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한국·아시아에서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전 세계 3억 명 이상의 시청자가 보게 된다. “우리는 한국과 아시아에서 유례없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입니다.”

국내에서 발렌타인을 유통하는 진로발렌타인스는 본행사의 스폰서십을 활용해 행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개최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KPGA는 개최 허가 기구이자 행사의 공동 조직을 담당한다. 토너먼트 진행을 돕고 관계자와 경기위원 규칙을 제공하며 한국 프로선수 선발 기준도 결정한다.

발렌타인은 올해도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세 번이나 대규모 VIP 골프행사를 개최했다. “미드나잇컵을 개최해 한국과 스코틀랜드의 프로골퍼들이 한여름 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골프장에서 자정까지 골프를 즐겼습니다.”

발렌타인은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오픈 챔피언십의 핵심 후원자였다. 같은 시기에 메이저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스코틀랜드의 영웅 골퍼인 샌디 라일을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열리는 제주 핀크스를 극찬했다. “최고의 선수들과 겨루기에 적합한 아주 훌륭한 골프장이자 이미 유러피언 투어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골프장입니다. 무엇보다 골프장의 고급스러운 수준과 스타일이 한국 최대의 골프 토너먼트가 될 이번 대회는 물론 발렌타인 브랜드와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는 최경주 선수도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참가하기를 희망했다. “최 프로가 한국에서 열리는 본 대회를 홍보하는 데 아주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최 프로의 매니지먼트사와 참가 여부를 협의할 것입니다.

이임광 기자 [llkhkb@joins.com]

<이코노미스트 8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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