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치자금도 공사구분 모호/이석구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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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치가가 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먹고 사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치부까지 하는 점도 비슷하다. 정치에 입문했을때 돈이 없어 쩔쩔매던 사람도 점점 집도 커지고 부유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1차 내각의 경우 장관들의 재산은 평균 22억4천만엔(한화 약 1백50억원)이나 된다. 각료 21명의 재산을 합치면 4백70억8천만엔(약 3천1백54억원)이 된다.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아 정치개혁을 높이 부르짖는 고토다 마사하루(후등전정청) 법무상의 경우 16년전 2천3백만엔짜리 아파트 하나밖에 없었으나 지난해말 밝힌 재산명세서를 보면 10억엔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반세기 이상 일했으면 이 정도 돈을 모으는 것은 상식』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지금까지 뇌물수수를 제외하고는 정치자금을 개인적으로 이용한데 대한 수사는 거의 없었다. 개인적으로 쓰고도 정치활동에 썼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정치가는 「비공개 성역의 주식회사」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정치자금으로 사복을 채웠는지 여부는 불명확하고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속된 가네마루 신(금환신) 전 자민당부총재의 경우 그가 무기명할인채권을 사는데 20억엔은 정치자금으로도,소득으로도 신고되지 않아 탈세가 성립됐다.
이번 가네마루 구속을 계기로 검찰은 정계정화에 있으나마나한 정치자금규정법대신 소득세법을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치가가 정치헌금을 신고하지 않으면 이는 증여에 의한 소득으로 간주될 수 밖에 없다.
또 정치자금을 버젓이 신고하고 사용할 수는 없으므로 앞으로 일본 정치가들은 정치자금에 대한 공사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사업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으면서도 수십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한국정치가들에게도 소득세 차원에서 조사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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