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축하와 기대/김영삼대통령 취임식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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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화합의 새시대 열기를…/청와대 앞길 차량들로 북적/“환영” “환송”… 들뜬 연희동·상도동 주민들
32년만에 「문민 새정부」가 출범한 25일 전국은 축하와 기대로 술렁였다.
시민들은 평일과 다름없는 대통령 취임일 출근길 인도에서,가정과 직장의 TV앞에서 역사적인 정권교대의 현장과 순간을 지켜보며 새 정부가 군사문화 잔재를 말끔히 씻어내고 과감한 개혁으로 「한국병」을 고쳐 민주·화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를 마음모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떠나는 대통령의 이웃 주민들은 따뜻한 환송·환영행사를 마련했고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변화」의 상징적 조치로 개방된 청와대 앞길엔 성급한 시민들의 차량행렬이 줄을 이어 새 시대의 개막을 느끼게 했다.
○걱정돼 식사 못했다
◇상도동 주변=김 대통령은 오전 8시30분쯤 자택현관에서 내려와 안마당 잔디밭을 한바퀴 돌며 『연금시절 하루종일 이 마당을 수없이 돌았는데』라며 감회어린 표정으로 회상.
손명순여사는 소감을 묻는 보도진들에 『청와대 살림을 꾸릴 생각을 하느라 걱정돼 아침식사도 못했다』고 했다.
이날 동네 주민 5백여명은 태극기 수기를 들고 골목 어귀까지 줄지어 서서 김 대통령 내외를 환송했으며 골목에는 「상도동의 영광이 신한국 건설로」라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생가 거제서도 마을주민 잔치
◇고향마을=이날 김영삼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남 거제군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을 비롯한 거제군내 전마을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마을잔치가 벌어져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이 마을 70여가구 3백여 주민들은 23일부터 이틀동안 마을 대청소를 실시한데 이어 25일 아침 생가와 마을 입구에 「경축 김영삼대통령 취임」이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내걸고 마을 자체에서 준비한 돼지고기·떡·음료수·술·과일 등으로 오전 9시부터 종일 큰 잔치를 벌이며 섬에서 탄생한 새 대통령의 앞날과 나라의 부강을 기원했다.
◎차에서 내려 답례도
◇연도=김 대통령 차량이 지나가는 동안 연도 시민들은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며 환호했고 반대편 차선에는 차량통제가 실시되지 않아 마주오던 일부 차량들이 라이트를 켜거나 경적을 울리며 취임을 축하했다.
광화문∼체신부 앞까지 5백m 구간에서 펼쳐진 연도 시민 환영행사 「국민과 더불어」는 경찰악대·군악대·여고생 고적대의 팡파르가 장엄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인근 회사 직장인·시민 등 수많은 인파가 몰려 절정을 이뤘고 점보트론 차량 2대가 이 과정을 생생히 중계했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로 가는 도중 시민들의 환호가 계속되자 시청앞·광화문·효자동 등 세차례에 걸쳐 차에서 내려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인파와 어울렸다.
◎연희동에 전입신고서
◇퇴임 대통령=오전 10시40분쯤 김 대통령의 환송을 받으며 여의도 취임식장을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연희동 사저로 직행했다.
노 전 대통령 내외가 이날 오전 10시50분쯤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려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은영양(5·유치원생)·조장환군(9·연희국교 2) 등 어린이 2명이 이들 내외에게 꽃다발을 걸어주었고 주민 1백여명은 5년만에 재회하는 전직 대통령을 박수로 환영했다.
검정색 코트차림의 노 전 대통령과 노란색 한복 정장 차림의 김옥숙여사는 동네 주민들에게 둘러싸인채 연희1동 사무소에 들어가 2분간에 걸쳐 전입신고를 한뒤 동직원 이현숙씨(32)에게 『얼마나 근무했느냐』고 물은뒤 이씨가 『5년간 근무했다』고 대답하자 『나와 똑같은 기간』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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