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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달라져야 한다(문민시대 새 교육:7)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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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실종 돼버린 가정교육/성적이 사랑·효도 평가의 잣대로/대화늘려 「사람됨」 먼저 가르쳐야
「집에서 가정으로」(from house to home)­.
4∼5년전부터 유럽과 미국일각에서 가정의 인간적 유대회복을 주장하며 일어난 운동이다.
이 운동은 인생의 출발선상에서 한사람이 사회인으로 성장,독립해 나갈 때까지 우리가 머물러야 할 「인생의 베이스캠프」인 가정이 가족간에 있어서 필수적인 인간적 유대감을 상실한 채 구성원 개개인이 한지붕 아래서 전혀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하숙집」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유대인 가정에서 어머니가 잠자리에 든 자녀들의 머리맡에 앉아 책을 읽어주는 것은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라 부모·자식간 감정의 융합과 일체감을 갖기위한 자식사랑의 지혜임은 우리에게 시시하는 바 크다.
독일에선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까지,그리고 오후 6시 이후에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어린이를 볼 수 없다. 노인들이 낮잠을 잘 시간에 떠들면 안된다는 규율과 저녁식사시간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가정교육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오히려 「가정에서 집으로」 후퇴하고 있다.
중3 딸과 고2 아들을 둔 김모씨(45·회사원·서울 상계동)가 지난 연말부터 좋아하던 술도 끊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볼링화 4켤레를 마련했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지난해 12월23일 가족들과 함께 다정한 얘기와 따뜻한 저녁식사를 하고 싶어 서둘러 귀가한 김씨는 식탁에 대충대충 1인분의 식사를 준비해놓고 TV앞에서 자리잡은 아내와 「아빠 다녀오셨습니까」란 형식적인 한마디만 던진 채 제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남매의 태도에 큰 충격과 밀려오는 외로움을 느꼈다.
『우리 가족은 되도록이면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주말엔 볼링을 치기로 했습니다. 가족간에 대화가 없다면 남과 다를바 없지요.』
전통적 유교관이 뿌리박혀 있는 우리사회가 「학력위주」의 사회풍조와 접목되면서 가정교육은 실종된채 부모와 자식간의 효와 사랑조차도 「학력」 하나로 저울질하게된 기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독특한 것이다. 대학입시 부정사건도 왜곡된 부모의 자식사랑과 학력위주의 우리사회가 빚어낸 공동작임은 말할 것도 없다.
올해 서울대 문리대에 입학한 모성관군(20) 가정은 「가정을 잃고 집만 남은」 위기감속의 우리 현실에서 귀기울여 볼만한 밝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모군의 아버지 모남열씨(48·서울 능동)와 어머니 김순애씨(47)는 야채장사를 하며 어렵게 살고 있지만 두가지 큰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고있다. 하나는 번 돈의 일부로 자식에게 책을 손수 사다주는 즐거움이고,또 하나는 자식들과 함께 좋아하는 TV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과일을 먹는 즐거움이다.
많은 부모들이 책값만 건네준채 만족하며 TV앞에 앉은 자식들을 향해 호통을 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자식을 돈으로라도 입학시키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먼저 되어야지 공부가 대숩니까.』
어머니 김씨는 자신이 사다준 시집을 들고 시낭송을 하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 사는 맛을 느낀다고 말한다.
일본의 중소전자업체인 동경 하이파워 사장 와카바야시(45·일본 사이타마현)의 장남 마코토군(18·고교2년)은 올 겨울 스키장에 가기위해 집근처 햄버거가게에서 주3일·하루 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다.
비록 부자집 자제라 해도 어릴적부터 자립심을 길러주는 일본의 가정교육이 오늘의 경제대국을 이룬 기초가 되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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