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20억 달러 '비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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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비싼 전쟁이 될 전망이다.

AFP통신은 미 의회조사국(CRS) 자료를 인용, 2001년 12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집행한 예산을 집계한 결과 모두 6100억 달러(약 561조8000억원)로 나타났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라크전만 따지면 4500억 달러가 투입됐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이 쓴 돈은 850억 달러 정도였다. 동맹국과 전비를 공동 부담한 걸프전과 달리 이번 전쟁에 드는 돈은 미국이 거의 홀로 대고 있다.

6100억 달러는 한국전 전비 3500억 달러(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현재 가치로 환산)의 두 배에 가깝고, 베트남전 전비(6500억 달러)에도 거의 육박하고 있다. 현재 매달 쏟아 붓는 전비가 이라크전 100억 달러에 아프가니스탄전 20억 달러를 합쳐 모두 12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내년이면 베트남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전비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2005년에는 두 전쟁에 월평균 80억 달러를 썼다. 2년 만에 50% 늘어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올 초까지도 월 100억 달러 수준을 예상했다. CRS는 자살폭탄 공격 등에 대비해 미군 장비를 대폭 보강하고, 낙후 장비를 수리.교체하는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 국방부가 배정받은 올해 전쟁 예산 1658억 달러도 지난해 대비 40%나 늘어났다. 부시 행정부는 10월 1일 시작되는 2008 회계연도에 1470억 달러의 전쟁 예산을 요청해 놓고 있다. 이대로 예산이 배정되면 내년까지 두 전쟁의 비용은 베트남전을 훨씬 웃도는 7570억 달러가 된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전쟁 예산 산정이 실제 소요 비용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투입될 전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비뿐 아니라 전사자 통계도 숨가쁘다. 두 곳에서 숨진 미군이 이미 4000명을 넘어섰다. 9일 미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2001년 12월 미군이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뒤 지금까지 미군 404명이 전사했다. 또 2003년 3월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라크를 공격한 이후 현재까지 3596명이 숨졌다. 특히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진 올 상반기에만 580명의 미군이 숨졌다.

부상자도 크게 늘었다. 이라크 전쟁 부상 미군은 2만6500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1만1959명은 중상을 입고 전역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친 미군은 1361명이며, 이 중 813명은 중상을 당해 군대를 떠났다.

한편 이라크 전쟁 희생자 숫자를 집계하고 있는 '이라크 사상자 집계 웹사이트'는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이라크 민간인이 적어도 6만6939명, 많으면 7만3253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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