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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은행에선 … 대출 미스터리 세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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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윤모(38)씨는 최근 술자리에서 대출 이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말문이 막혔다. 병원을 개업한 의사 친구의 신용대출 금리가 자신의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았던 것이다. 각종 금리 우대 혜택을 받다 보니 연 5%대로 대출을 받았다는 게 친구의 설명이었다. 반면 4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한 윤씨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5%. 윤씨는 “돈을 떼일 가능성이 없는 담보 대출이 어떻게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더 높을 수 있느냐”며 의아해했다.

이처럼 요즘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서민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가 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은가 하면, 집값이 싼 아파트를 담보로 고가의 아파트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기도 한다. 왜 이런 ‘대출 미스터리’가 빚어지고 있을까?

◆ “저금리로 전문직 잡기 전략”=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게 적용되는 신용대출 최저 금리는 연 5%대 후반~6%대 초반. 아파트 담보대출 최저금리와 비교하면 같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인은 아파트를 담보로 잡더라도 금융 거래 실적이 부족하거나 신용등급이 나쁘면 추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담보대출이 전문직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현상이 빈번히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저금리로 전문직을 유치하더라도 남는 게 많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문직에게 대출을 해 주면 사무실 주거래 통장, 직원 급여통장까지 한꺼번에 유치할 수 있다”며 “마케팅 차원에서 미래의 우수 고객에게 전략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TV 40%와 60% 사이=저가의 아파트를 담보로 고가의 아파트보다 많은 대출을 받는 일도 자주 생긴다. 아파트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 40%’ 규제가 이런 ‘역전 현상’을 빚어냈다.
 
현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6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에 대해서는 40%의 LTV가 적용된다. 7억원짜리 아파트라면 이를 담보로 2억8000만원(7억원의 4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6억원 이하의 아파트에는 LTV가 최고 60%까지 적용된다. 대출 가능금액이 3억원(5억원의 60%)으로 7억원짜리 아파트보다 많아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날 집값 동향에 따라 대출 한도액이 1억원 넘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민원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그러나 투기요인 제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인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사 은행직원을 잡아라”=최근 은행업계에선 타사 은행원을 신용대출 고객으로 잡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HSBC은행은 타사 은행원들에게 최고 6000만원까지 담보 없이 돈을 빌려 주는 ‘뱅커스론’이라는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은행들은 금감원 은행감독규정에 따라 소속 행원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2000만원으로 묶어 놓았다. 또 임직원들에게 제공하던 1%대의 우대금리 제도까지 최근 폐지했다. 자신이 다니는 은행을 통한 대출이 까다로워지다 보니 차라리 다른 은행 상품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상사들 눈치 보며 돈을 빌릴 바에야 당당하게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리자는 분위기”라며 “일반 직장인에 비해 이재에 밝다 보니 단기성 재테크 자금 수요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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