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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명품만큼 늘어난 ‘명품 수리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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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에 자리 잡은 명품 수선 전문점인 명동사. 10일 ‘명품 수선 전문’이라고 적혀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서니 80㎡ 남짓한 실내엔 수선를 의뢰한 제품을 담은 쇼핑백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10여 명의 수선공이 루이뷔통·프라다 등의 명품 가방이나 구두를 고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울 명동·압구정동 등 여섯 곳에 매장을 둔 명동사는 수선공만 80여 명에 이른다. 명동사 김동주(65) 대표는 “최근 수선 의뢰가 하루 800여 건씩 들어올 정도로 일감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명동사는 2005년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 입점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올해는 2월 오픈한 신세계 본점 본관(명품관)에도 점포를 열었다. 김 대표는 “1968년부터 시작했으며 올 하반기에 부산 등에 2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부터 국내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명품 전문 수선업체들이 곳곳에 생겼다.

명품 수선점은 서울 압구정동·청담동 등 강남을 중심으로 1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명동과 이화여대 앞에도 각각 10여 곳의 수선 업체가 영업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명품 수선시장 규모는 연 100억원 대지만 명품들이 잘 팔리면서 수선시장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비한 AS가 키운 명품 수선 시장=명품 수선시장이 이렇게 커진 것은 한국 명품 시장의 명암을 반영하고 있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명품’ 브랜드 한 두개쯤 가질 정도로 명품은 대중화됐지만 명품 회사의 애프터서비스는 미흡하다는 점이 수선 시장을 키운 것이다. 국내 매출 10위권의 명품 업체 중 한국에 직영 수선 업체를 두고 있는 브랜드는 루이뷔통·프라다·카르티에 등이다. 에르메스의 경우 의류는 서울 신사동 에르메스 매장에서, 시계는 외부 수선 업체에서 고쳐준다. 가방의 경우 프랑스 본사로 보낸다. 수선 물품을 해외 본사로 보내는 업체의 경우 한 번 수선 받으려면 3~4개월을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면세점이나 해외 매장에서 산 제품을 수선해 주지 않는 업체도 있다. 대학생 신윤식(24)씨는 “큰 맘 먹고 산 명품 구두의 뒤꿈치 가죽이 닳아 수선을 의뢰했더니 ‘면세점 물건은 고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명품 업체는 소비자가 수선을 맡긴 물건을 다시 이들 전문 수선 업체에 맡기는 과정에서 수선료의 20~30%를 떼어 챙기는 경우도 있다.

 ◆수선점 속 요지경= 수선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구두에 간단하게 본드를 바르는 것은 3000원 정도지만 악어가죽 같은 고급 소재 가방을 수선하는 경우 1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수선점에 맡기는 제품 중에는 ‘짝퉁(모조품)’도 많다. 서울 명동의 명품사 이상만씨는 “의뢰인의 절반 정도는 ‘짝퉁’ 제품을 들고 와 ‘진짜처럼 고쳐달라’고 한다”며 “품질보다는 이미지를 사는 명품 소비의 특성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입 명품 업체들이 마케팅에는 엄청난 비용을 쏟으면서도 수선 등 뒤처리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브랜드에 집착하다 보니 고객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장용욱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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