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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탁한 고하살해는 정당”/전병민씨 장인 한홍건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과거들춰 젊은 사람 앞길막아 유감”/“딸에 영향줄까 20년간 절연했는데…”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정책수석비서관 지명자였던 전병민씨의 장인으로,고하 송진우선생 암살자로 알려진 한홍건씨(75·본명 한현우·동경도 목흑구)는 22일 전씨의 사퇴에 대해 『젊은 사람이 국가를 위해 일해보려고 하는데 나로 인해 그만두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고하를 살해하게 된 것은 고하가 신탁통치를 찬성했기 때문으로 국가의 장래를 위해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자신이 고하를 살해하게 된 경위와 전 수석비서관 지명자가 스스로 사퇴한데 대한 소감을 전하는 가운데 이같이 밝히고 『딸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20여년동안 서로 연락을 일절 끊고 남남처럼 살아왔는데 이같은 결과가 빚어져 마음이 착잡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고하를 내가 죽이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대국통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돼 오늘날과 같은 번영된 조국을 갖지 못하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지금도 나의 행동이 애국의 길이었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고하는 민족주의자도,민주주의자도 아닌 매국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매국노를 죽인 애국자를 「암살범」이라 부르며 자식들의 생활에까지 지장이 미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애국운동을 하는 사람은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16이후 일본에서 이를 지지하는 활동을 해 한국정부로부터 신임을 받았으며 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불러 서울을 방문했을때 청와대에서 자동차와 함께 전씨를 보내줘 그를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전씨 사퇴)로 나는 더이상 대한민국에 미련이 없다. 지난 88년 한국정부로부터 표창까지 받은 나를 놓고 과거문제를 들춰 젊은 사람의 앞길을 막는다는 것은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유감스럽다. 가슴아프다』는 말을 되풀이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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