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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한국 첫 '세계자연유산' 지정된 제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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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지난달 27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올렸다. 이로써 국내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제주도는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 캐나다 로키산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세계자연유산의 의미와 제주도가 등재된 이유, 경제적 효과 등을 공부한다.

◆세계자연유산이란=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 여러 나라들과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문화적.자연적 유산을 세계유산(World Heritage)으로 인정하는 협약을 맺었다. 세계유산보호협약에 따라 유네스코는 문화유산.자연유산.복합유산으로 나눠 등재하고 있다. 이 중 자연유산은 빼어난 경관이 있거나 희귀 생물이 서식하는 등 세계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문화유산은 문명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중요 유적.건축물.장소로 구성되며 복합유산은 문화와 자연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곳이 대상이다.

세계자연유산은 2007년 7월 현재 모두 166건이다. 올해 제주도와 중국 카르스트 지형 등 5건이 추가되고, 사상 처음으로 오만 영양 서식지 한 곳이 빠졌다.

우리나라는 불국사.석굴암(95년 등재, 이하 괄호 안은 등재 연도임), 해인사 장경판전(95), 종묘(95), 창덕궁(97), 수원화성(97),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 경주 역사유적지구(2000) 등 7건의 문화유산이 있으며, 자연유산으론 제주도가 유일하다.

◆세계자연유산이 된 제주도=이번에 등재된 곳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만장굴.뱅뒤굴.김녕굴.용천동굴.당처물동굴), 성산 일출봉이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은 한라산(1950m)을 중심으로 해발 약 800m 이상 되는 곳을 말한다. 이 구역은 식물과 동물, 지형과 지질이 특이한 생태계를 갖고 있으며, 보호해야 할 학술자원이 많다.

거문오름은 제주도에 분포한 360여 개 기생화산 가운데 하나로 이 오름 주변엔 여러 개의 용암 동굴이 집중 형성돼 있다. 이번 자연유산 등재엔 용암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제주도 용암굴은 세계적으로 특이하게 석회동굴의 성질도 함께 갖고 있다. 마그마가 지나간 뒤 만들어진 용암굴 안으로 석회 성분이 들어와 갖가지 아름다운 석회 종유석 등이 만들어진 것이다. 세계유산에 포함된 5개 동굴 중 일반에 공개된 것은 만장굴이지만 용천동굴.당처물동굴이 이런 특성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성산 일출봉은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화산으로 바다에서 마그마가 분출돼 만들어졌다. 분화구(마그마가 분출돼 나온 곳) 위에 수십 개의 바위 봉우리가 빙 둘러서 있어 거대한 성과 같아 성산(城山)이란 이름이 붙었다. 성산 해돋이가 유명해 일출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경제적 이점=세계유산 등재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크다. 대표적 예가 국토 30% 이상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호주다. 유네스코 조사에 따르면 세계 세 번째 규모인 호주 카카두 국립공원 관광객 40%가 방문의 주요 목적으로 세계자연유산 관람을 꼽았다. 또 응답자 80% 정도가 카카두 공원이 세계자연유산임을 알고 있었다.

베트남의 명소 하롱베이도 마찬가지다. 94년 자연유산 등재 이후 96년 23만 명이던 관광객이 2000년 85만 명, 2005년 150만 명으로 급증했다. 제주도 역시 하롱베이와 같이 매년 관광객이 40~5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관광자원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영국 BBC 등 세계 주요 방송이 다큐멘터리 형식의 취재에 나서 그 존재를 알리기 때문이다.

◆향후 과제=관광객 증가와 편의시설 확대.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가 있을 수 있다. 보호를 위한 정책이 훼손을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네스코는 모니터링을 통해 심하게 손상이 간 곳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오만의 경우처럼 등재를 취소한다.

갈라파고스 제도나 세네갈의 니콜로 코바 자연보호지역 등은 관광 개발로 인해 자연이 상한 대표적인 곳들이다. 독일 드레스덴시 엘베 계곡은 주민편의를 위해 문화유산지역 안에 다리 건설을 강행하며 경고를 받았다. 이 외에도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31곳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려놓고 있으며, 이 가운데 14곳이 자연유산이다. 따라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개발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장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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