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주춤”… 국민당 회생하나/「김동길대표」새깃발 든 당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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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주영씨 각종 소취하 지시·당사 마련해줘/김 대표에 반발세력 있어 험난한 앞날 예고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보였던 국민당이 15일 김동길의원을 대표로 추대하는 등 필사적인 자구노력을 보여 당분간 연명할 것 같다.
○…정주영 전 대표의 「탈당중지」지시설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당 의원들은 갑자기 탈당결행을 주춤하고 있다.
현대출신인 정장현부총장은 15일 아침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탈당하지마라. 긴급지시다. 대표의 뜻은 「탈당하라」는 것이 아니다』고 연락.
정 부총장은 그러나 『정 전대표로부터 무슨 연락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정 전대표의 지시설을 부인. 정 부총장은 또 부산기관장모임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법무장관과 김두희검찰총장에게 전화,『소를 취하한다』고 통보. 두사람과 서울대법대 동기동창인 정 부총장은 『미안하게 됐다. 소를 취하하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 부총장은 허위보도·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이 계류중인 조선일보사측에도 전화해 『소를 취하할테니 화해하자』고 했다. 정 부총장은 『대선에 패배하고 모든게 끝났으니 당연히 취하하는 것』이라며 정 전대표의 별다른 「지시」가 없었음을 애써 강조.
정 부총장은 정 전대표의 탈당 「지시설」에 대해 『정 전대표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차수명비서실장이 잘못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 이날 탈당을 예고해온 김범명·김두섭의원중 김범명의원만 탈당계를 제출하고 김두섭의원은 『당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김두섭의원은 이날 아침 「탈당계 제출유보」를 밝힌뒤 중앙당사 기자실에 나타나 『탈당하려 했으나 지역구여론도 반대하기에 안하기로 했다. 당이 있는한 남아있겠다』고 해명.
전국구인 이건영의원도 이날 당사에 나와 『탈당않겠다』고 강조. 이 의원 등 전국구의원은 『대세가 탈당이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정리했었으나 이날은 단호하게 탈당가능성을 부인.
한편 정 전대표의 아들인 정몽준의원은 14일 축구협회장 자격으로 말레이시아로 출국하면서 『지금 탈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떠난 당에서 아들이 남아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있다』고 밝혀 「탈당유보」를 시사. 그러나 국민당을 탈당한 한 의원은 『당이 정 전대표 지시로 깨진다니까 여론이 나쁘지 않느냐. 그러니까 다시 입장을 바꾼 것 아니겠느냐』며 정 전대표의 지시와 번복을 뒷받침했다.
정 부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기자실로 내려와 『정 전대표가 새로운 당사를 마련해줬다』고 발표. 새로운 당사는 과거 국민당 정책실이 입주해있던 마포 삼창플라자로 정 전대표가 약 18억원의 전세금을 내놓아 6백50평 규모로 계약.
○…국민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김동길최고위원을 대표로 선출.
박영록 대표권한대행은 약 2시간에 걸친 회의끝에 『김동길최고위원을 추대키로 만장일치의 의견을 모았다. 김 최고는 오늘 회의에 불참했지만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보내왔기에 추대를 수락할 것으로 본다』고 발표. 박 최고는 발표후 추대사실을 알리기 위해 신촌 김 최고집을 방문.
김 최고는 임시전당대회가 열리기까지 대표직을 맡게 되며,임시전당대회 일자는 김 최고와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김 최고와 양순직최고위원만 불참한 가운데 나머지 최고위원 전부와 김효영총장·김정남총무·윤영탁의장·변정일대변인 등 주요당직자들이 모두 참석했으며,대표선출에는 당규에 따라 최고위원만 참석.
이날 회의에서는 일부가 양순직최고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으나 대다수가 김 최고를 지지했다는 후문. 이에 앞서 지난 주말 김 최고와 다른 최고위원들간에 상당한 의견교환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장현부총장은 김 최고의 대표선출후 기자회견을 자청,『김 최고가 당의 얼굴이 절대 될 수 없다. 나는 절대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나 애를 먹이겠다』고 공개천명해 당내 반대세력도 만만찮음을 예고했다.
○…정주영 전 대표가 국민당측에 당사이전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의사를 전해오자 박영록·한영수최고위원 등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은 오히려 불쾌하다는 반응들. 박영록최고위원은 『일반 사무실이라 하더라도 이사하려면 시간과 절차가 필요한데 새 당사를 얻어주겠다며 언제까지 당사를 비우라고 일방적으로 통고할 수 있느냐』면서 『무조건 당사를 비우라고 한다면 우리가 새 당사를 얻을 때까지 나라도 농성하겠다』고 흥분.<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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