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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L 교육기법 해외에도 전파할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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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출신인데 어떻게 영어강사를 시작하셨어요?”
자그마한 체구,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CDI 홀딩스 김영화(55) 대표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나이가 있는데 마땅히 할 일이 없더라고요. 한두번 강단에 서 보니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의외의 답변이었다.
서울대 철학과 석사 출신의 김 대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서울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에서 소위 ‘잘 나가는’ 학원강사였다. ‘명문대 합격 보증수표’라는 명성을 얻은 김 대표의 강의를 듣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기다릴 정도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이 가르쳐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영어 실력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10여년 동안 수험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학생 상당수가 명문대에 합격하는 등 단기적인 효과는 봤죠. 그러나 제게 배운 학생들의 영어수준이 얼마나 될까 의구심이 들더군요. 장기적 안목으로 진정한 인재양성을 하고 싶었습니다.”
김 대표가 대입 영어시장을 떠나 청담어학원을 세운 이유다.
지난 98년 김 대표는 동료 강사 2명과 함께 청담동에서 교실 3개를 빌려 학원을 열었다. 대상은 초등 5~중등 2학년. 수강생 100명의 동네학원이었다.

"먹고 먹히는 경쟁 하고싶지 않아"

원생 모집이 수월한 특목고 전문학원이나 학원 1번지인 대치동도 피해간 이유는 뭘까.
“특목고 입시를 하려고 했다면 대입 영어강사를 포기하지 않았겠죠.” 김 대표는 단호했다. 그는 이어 “학원을 개원하면서 다른 학원들과 먹고 먹히는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청담동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양질의 콘텐트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는 동네학원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몇년새 학원생이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청담어학원을 세계적인 교육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꿈은 김 대표를 새로운 도약의 길로 인도했다. 자신이 소유했던 100% 지분 중 20%를 유상증자하고 10%는 무상증자했다. 특히 2002년에는 자체 교재와 시스템을 개발하는 R&D 센터를 열고 전문 연구원 60여명을 영입했다. 이듬해에는 양질의 강사를 채용하기 위해 리쿠르팅 센터를 만들었다.
2005년 'CDI 홀딩스'로 상호를 바꾼 뒤 C-러닝과 E-러닝, M-러닝으로 이뤄지는 ‘블렌디드 기법’을 개발했다. C-러닝은 학원에서 이뤄지는 교실 수업으로, CDI 홀딩스 750여명의 강사 100%가 해외 명문대(대학원) 졸업생이다. E-러닝은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에세이 등 Writing과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며, M-러닝은 독자개발한 ARS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로 원어민이 직접 학생들에게 말하기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의 노력은 '성장'으로 이어졌다. 본원을 비롯, 64개 직영·프랜차이즈 학원에 다니는 재원생은 모두 3만2000여명. 또 지난해 연매출 460여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75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C-E-M러닝 블렌디드 기법 개발

“효율적인 영어학습을 위해서는 영어를 ‘외국어’로 받아들여서도, ‘Native’가 되기 위해 발버둥쳐서도 안 됩니다. ‘제 2의 언어’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이 CDI 홀딩스가 추구하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교육' 입니다.” 김 대표는 학생들이 영어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명품 양복이 한국인 몸에 제대로 맞지 않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는 유창한 발음과 문장구성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논리적 흐름을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 김 대표는 “논리에 강한 학생을 키우는 것이 CDI 홀딩스의 목표”라고 말했다.

논리에 강한 영어 인재 키우겠다

명문 교육기업으로 성장한 CDI 홀딩스. 김 대표는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오는 8월 CDI 홀딩스만의 ESL 교육기법을 토대로 중국 교육시장에 진출해 한국 교육기업의 이름을 걸고 현지인들에게 영어교육을 시작한다. 또 중국 정부가 인정한 자국어 교육프로그램인 ‘퀵 차이니즈’를 들여와 한국은 물론 북미권에 공급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김 영 화 대표는…
▶서울대 철학과 졸업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 졸업 ▶청담어학원 설립 ▶중국어 학습프로그램 퀵차이니즈 국내론칭 ▶현 CDI 홀딩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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