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실용 미 결합「김용문 생활옹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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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김용문 생활옹기 초대전이 12일부터 3월1일까지 경복궁 안 전통공예 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현대생활과 조화할 수 있는, 전통과 실용 미를 겸비한 손잡이 달린 오지뚝배기·오지 큰 접시·찻잔·차통, 그리고 김 씨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 있는 장승과 토우 (흙으로 만든 인형) 등 옹기작품 4백 여 점이 전시된다.
토·화·천 사슬 전이란 전시회 부제는 하늘이 주신솜씨로 자연의 순리에 따라 흙을 빚어 불에 구어작품을 만든다는 의미라는 것이 김 씨의 설명. 그는 자신의 요가 있는 경기도 광주 산 백토에 불에 버티는 힘을 보강하기 위해 경북산청 또 상주 지방의 고령토를 섞어 빚은 옹기들을 전통도자기 만드는 법에 따라 장작불을 지펴 불을 올린 가마에서 화학적인 유 약은 일절 쓰지 않고 나무 땐 재를 이용한 잿불만으로 색을 내 굽는다.
「석유나 가스를 쓰는 가마와 비교하면 장작불 가마가 불을 올리기도 까다롭고 불의 세기도 일정치 않아 변화가 심하지요. 그러나 자연의 조화라 할 예기치 않은 변화로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빛깔내기도 잿물만을 쓰는데 이것 또한 흙이나 재의 종류 등에 따라 같은 갈색 계통이라도 옅은 색, 짙은 색, 계란 색 등으로 오묘하게 차이가 납니다.
마당 한옆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장독대도 그대로 훌륭한 조각품일수 있고,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전통 소주고리에서도 기막힌 조형미를 발견한다는 김 씨는 옛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알뜰했던 쓰임새를 되찾아 오늘의 것으로 재현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또 하나 그가 집착하고 있는 작업은 주로 무덤 속에서 부장품으로 발견되는 흙 인형과 한 마을을 지켜 주던 수호신이었던 장승 만들기.
그는 이것들을 단지「주술적이다, 우상이다」고 몰 것이 아니라 과거 그것들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해 왔던 원인들을 알아보고 오늘의 생활에 어떻게 받아들여 소 화할 것인 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빚어 만든 흙 인형이나 장승들은 높이가 1백30교가 되는 것도 있는데 한결같이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들과 친숙했던 부엌을 지켜 주는 조왕신, 횡액을 막아 주는 신, 장독을 관할하던 조왕신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그들을 우리 생활 속에 받아들여 거실에, 베란다에, 현관에 놓아두고 친숙해지자는 것이다. 우리의 선인들이 의식 속에서 그랬듯이….
또한 그의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역시 흙으로 빚어 구운 실물 크기의 장구도 전시되는데 전시 첫 날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직접 흙 장구의 소리를 들려주는 연주도 하며 피리도 전시된다. 홍익 대(82년)와 대학원(84년)을 졸업한 김 씨는 그 동안 82겨울 대성리 전 등 현장 예술 전에도 참여해 왔다. 이번이 11번째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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