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리한 비정규직 보호법이 부른 노사분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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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이랜드의 노사 분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랜드 산하 뉴코아 백화점 비정규직 계산원의 외주화와 할인점 홈에버의 선별적 정규직화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매장을 점거하거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 홈에버 상암점 등 3개 매장이 노조에 의해 점거됐고, 다른 9개 매장은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통업체에서 영업 중단은 그 자체로도 손실이 클 뿐더러 영업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회복 불능의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는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비정규직보호법에서 비롯됐다. 이랜드는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홈에버의 2년 이상 비정규 직원 520명을 선발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뉴코아의 비정규직 계산원은 외주로 돌리기로 했다. 그러자 노조 측은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와 영업 방해에 나섰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선별적인 정규직 전환과 외주화 방침이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노조의 불법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사태는 현실을 도외시한 비정규직법의 맹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 법의 시행 이전까지만 해도 비정규직이 아무런 문제 없이 근무해 오다가 법이 7월부터 정규직화를 강제하면서 분규가 불거졌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법이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노사관계에 난데없는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다. 일부 해고당한 비정규직원들의 사정도 딱하지만 그렇다고 회사 측에 정규직화의 부담을 몽땅 떠안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통상적인 노사 간의 갈등이 아니라 비정규직법의 무리한 시행에 있다. 노사가 모두 불만인 비정규직법의 시행으로 분규의 원인을 제공한 노동부는 쏙 빠진 채 애꿎은 노사만 정면충돌을 벌이는 형국이다. 노동부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더 이상의 분규 확대를 막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하루빨리 비정규직법을 보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