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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도 방법있다”솜씨자랑/신훈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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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일외국어고 동료교사들이 밝힌 「브로커 행적」/“꼴찌였던 대기업회장 조카 넣어주자 학생들 시위/국회의원 아들도 「합격」알선… 대학서 들통나 휴학”/80년대말부터 손대… 사석서 공공연히 「정가」얘기
대리입시사건 주범 신훈식씨(33·광문고교사)는 과연 몇건이나 입시부정을 저질렀을까. 지난달 30일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8일 검찰로 송치된 신씨는 지난해 이후 모두 12건을 범행한 것으로 되어있으나 이는 그의 전체 범행중 극히 일부라는 심증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대일외국어고 동료교사들은 신씨가 80년대말부터 이 학교 학생인 대기업간부·정치인 등 유력인사의 자제들을 대학에 소개,부정입학 시킨뒤 사례비를 챙기는 브로커였다고 증언한다.
신씨는 사석에서 『K대는 1억5천만원 D대는 8천만원이 정가』라며 자신이 소개시켜준 학생들과 소개비 액수를 공공연히 밝혀왔다는 것이다.
학급성적이 거의 꼴찌였던 이 학교 출신 모기업회장 조카 A군은 88년 명문 K대에 당당히 합격,학생들이 졸업식장에서 『내신성적을 위조하고 부정합격시킨 것』이라며 항의시위까지 벌였었다.
신 교사는 몇달뒤 교사들끼리의 술자리에서 이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사실은 나와 홍정남교감(공범으로 구속)이 대학에 넣어줬다』고 털어놓았다고 한 교사는 증언했다.
이자리에서 신 교사는 『1억5천만원을 주기로 하고 선금으로 8천만원을 학교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소개비로 5백만원을 받았는데 합격이 되고도 A군 어머니가 나머지 돈을 안줘 중간에서 입장이 곤란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아들인 B군은 전문대도 갈 수 없는 실력이었지만 89년 H대에 합격했다.
B군은 그해 대학생들의 학내 민주화시위 과정에서 부정합격생 명단이 일부 확인돼 물의를 빚자 곧바로 휴학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대기업간부 아들인 C군은 89년 K대 서반아어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함께 시험을 본 동료학생들은 『C군은 시험장에 나오지 않았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자리에 앉아 대신 시험을 치렀다』고 증언했다.
89년과 90년 사이에 K대 신방과에 합격한 D군,Y대 신방과에 들어간 E군 등도 부정입학이란 소문이 학교내에 파다했으며 이때마다 신 교사는 『다 방법이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솜씨」임을 은근히 과시했다는 것이다.
신씨는 브로커 역할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한뒤 「푼돈」인 중개료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학생들을 모집,목돈을 챙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신씨의 증언을 통해 광운대뿐 아니라 다른 사학들도 상당수 부정을 저질렀고 여기에 고위층 인사들이 일부 연루된 것으로 보여 과연 검찰수사에서 어느정도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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