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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남용이 약화 부른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내에서 시판중인 의약품 중에 대부분의 해열·진통·소염제에서 인체에 해로운 부작용이 발견돼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보건사회부가 현재 시판중인 해열·진통·소염제 1천9백47개 품목을 대상으로 약효와 부작용을 조사한 결과 이중 5백31개 품목에서 쇼크,혈액장애,기형아 출산,간염,췌장염,위염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가 특별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이들 의약품들이 한결같이 대중매체의 광고에 의해 널리 선전되고 있고 누구든지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대중적인 품목이란 점에서다. 더욱이 우리 국민들의 진료관습은 수속이 번잡한 병·의원보다는 접근이 손쉬운 약국을 선호한다. 또한 의·약사의 처방보다는 자가진단이나 광고선전에 의존해 약품을 오·남용하는 경향이기 때문에 부작용에 의한 피해 우려는 더욱 크다.
모든 의약품은 개발단계에서의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거쳐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게 돼있다. 그런 절차를 거쳐 제조·판매허가가 난 약물일지라도 지속적인 감시와 검증을 실시해 안전성을 보증해야 한다. 이번 부작용의 발견도 그러한 검증의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결과발표에 대해 아쉬워하는 것은 이러한 감시와 검증에 너무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는 점과 완벽한 검증없는 이들 약물이 지나치게 대중화되는 것을 그동안 정부가 방치함으로써 그 피해가 확산됐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경우 약품을 시판한 뒤에도 다수의 환자를 그 약품을 사용한 그룹과 사용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5∼10년간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하는 것이 제도화돼 있다. 이러한 실험을 할 때는 실험대상이 되는 환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결정을 전제로 한다.
또 처방된 약의 사용결과가 약제사에 의해 환자마다 기록·정리되고 있다. 따라서 약품의 안전성이나 약효에 대한 추적과 평가가 훨씬 체계적이고 용이하다. 약품에 대한 모니터링(감시)제도가 완벽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해외 의약품정보의 입수마저 미흡한데다 국내의 실험기술 수준이 낮아 약품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의료기관이나 국민의 인식 또한 낮아 검증과 감시가 소홀한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국민이 별 생각없이 대중매체의 광고문안만 보고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뒤늦게 발견되는 부작용에도 전혀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의약품의 부작용으로부터 국민이 보다 안전하려면 관계기관이나 전문가들의 의약품 감시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물론,소비자인 국민들이 의사나 약사의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자세를 갖춰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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