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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회 금감원 부원장 뇌물수수 무죄 판결 받기까지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5월 5일자 SUNDAY 추적은 ‘2억 사과상자 어디로 갔나’였다.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려던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에게서 2억3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돈의 출처와 전달과정이 의문투성이라는 내용이었다. 기사가 보도된 지 2개월 만인 6일 서울서부지법은 김 부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결까지의 과정을 다시 추적한다.

“피고인 김중회 무죄.”

6일 오전 9시40분 서울서부지방법원 303호 대법정. 장진훈 부장판사의 선고에 방청석을 가득 메우고 있던 금감원 직원과 김중회 부원장의 가족은 환호했다.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한 사건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뇌물 사건의 경우 뇌물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더라도 뇌물을 준 사람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면 법원은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서 김흥주씨가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도 전달자 역할을 했다고 자백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김 부원장의 유죄가 확실시되는 사건이다. 그러나 신씨가 자신의 진술을 뒤집은 것을 확인하고 검찰의 공소 사실에 허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 뒤 재판은 ‘2억원 사과상자’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으로 전개됐다. 김흥주씨는 사과상자가 어떻게 포장됐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상자에 2억원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돈의 출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거기에다 신씨가 검찰에서의 초기 진술이 거짓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다. 탄원서에는 검찰의 회유와 진술을 번복한 경위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중앙SUNDAY는 최근 신씨가 구치소에서 작성한 이 A4 용지 13쪽짜리 탄원서를 입수했다(그는 김흥주씨에게 대출을 알선해주고 사례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다). 신씨는 “검찰에 불려 다니며 그날그날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메모를 근거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는데도 검찰은 ‘돈 전달자의 공소시효(3년)가 이미 끝났고 다른 혐의를 가볍게 처리해주겠다’고 회유했다”는 것으로 탄원서를 시작했다. 회유를 몇 차례 거부했으나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하겠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응했다는 것이다. 예행연습 끝에 돈 전달 경위를 진술하는 장면을 1월 5일 녹화했다고 한다. 그리고 구치소 목욕탕에서 만난 김흥주씨는 “(신씨가 김중회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진술해야 형제들(45인 형제회 회원들)이 안전하다. 아무 걱정 마라”며 신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신씨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 1월 18일 수사 검사에게 허위 진술임을 밝혔다.

“김흥주씨가 나에게 돈을 건넨 적도 없고, 김 부원장에게 전달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1심 공판 때까지만이라도 원래의 진술을 유지해 줄 것을 검사가 부탁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신씨가 돈을 전달했는지가 재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6월 1일 열린 9차 공판에서는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놓고 김흥주씨와 갈등을 빚은 이용호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는 “김 부원장이 삼주산업 승강기 앞에서 김흥주씨로부터 직접 돈을 받았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부원장이 돈을 받은 장소, 전달자가 공소 사실과 달랐다. 6월 11일 10차 공판에서 법정에 함께 선 김흥주씨와 신씨는 “돈을 줬다” “전달한 적 없다”며 상반된 진술을 했다. 김 부원장은 “김씨가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자금을 불법 대출받지 못하도록 금감원이 엄중히 감시해 금고 인수가 무위로 돌아갔다. 김씨가 이를 앙갚음하기 위해 나를 걸고 넘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뇌물로 전달했다는 자금의 조성 경위나 현금 포장 형태, 자백에 이른 경위를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등 김흥주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김 부원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각종 비리로 금감원에 감사가 집중되고 있던 당시 상황을 볼 때 김 부원장이 공공연한 장소에서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점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신씨가 진술을 뒤집은 것은 김 부원장과의 친분이 작용했을 수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강압이나 회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입증이 쉽지 않은 뇌물 사건에서 전체적인 정황을 고려하지 않고 직접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조만간 항소할 예정이어서 진실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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