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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CD규제 강화하라"|음반시장 미 압력 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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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국내 음반산업에 대한 압력이 거세 지고 있다 최근 문화부는 미국 정부가 87년 이전에 나온 음악저작물을 복제한CD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이 같은 CD를 제조하는 음반회사에 강력한 구제를 가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중소음반 사들의 입지를 좁힐 뿐 아니라 유통부문에도 악영향을 끼쳐 도매상들의 연쇄도산 등을 몰고 올 우려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91년부터 국내시장에 선보인 팝·클래식의 복제판 CD들은 직배 사 CD들의 절반 값 이하인 5천 원 정도다.
미국은 통상회담 때마다 음반·비디오 등의 저작권 보호를 우리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특히 이들이 큰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복제판 CD다.
이 음반들은 국내법상으로는 불법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87년 국제저작권조약에 가입했고 따라서 그 이전의 음악저작물에 대한 보호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은 지난 86년에 체결된 한미간 양해각서를 근거로 규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 양해각서에 따르면 미국이 저작권을 보유하는 음반·비디오 등은 UCC(국제 저작권 협약)가입시기여부에 관계없이「관계법에 의해 철저히 보호한다」고 되어 있다.
현재 미국 측은 4월말까지 한국정부가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을「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하겠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협상 대상 국」이란 용어를 쓰고는 있지만 실상 이는 협상을 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 측의 요구를 들어주느냐, 아니면 보복을 당하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중국이 음악·비디오저작권 문제로 미국정부로부터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되어 여러 분야에 걸쳐 보복조치를 당한바 있다.
한편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게 되면 결국 국내에 진출해 있는 메이저 직배 음반 사들을 도와주는 형국이 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국내시장의 상당부분을 직배 사들이 잠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에서 나서서 중소 음반 사들의 활로를 막는 것 아니냐』고 관계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또한 현재 복제판 CD의 매출 량 자체가 미국 측이 주장하는 것만큼 큰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반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현재 국내 음반시장은 대략 2천2백억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중 복제판 CD는 대략 60억 원 정도의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대부분의 음반은 이미 계약에 의해 소급 보호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시장점유율 3.5%에 불과한 복제판 CD때문에 직배 사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미국 측의 주장은 억지논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관계자들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은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월등히 앞서는 일본보다 더욱 철저히 미국의 저작권을 보호해 주게 된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78년에 UCC에 가입한 이후 미국 측의 보호요구가 거세지 자 10년을 소급해 주고 있다.
따라서 68년 이전에 제작된 음반에 대해서는 복제판 제작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느 면으로 보아도 여건이 나을 바 없는 한국이 일본 보다 더 철저히 미국음반들을 보호해 주는 것은 국민감정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편 이번 사태에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자성 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저작권 보호요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되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안이하게 무 대책으로 일관하다 이런 사태까지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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