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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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14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1950년대 말부터 2001년까지 한 여자의 일생을 따라간다. 운명의 장난 같았던 실수 이후 끝없이 추락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분명 신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웬걸, 영화는 뮤지컬과 코미디를 꺼리지 않는다. 감독 나가시마 데쓰야는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그 감정에는 충실하되 이제껏 보지 못한 영상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의 의도는 영화 곳곳에서 빛난다. 이미 ‘불량공주 모모코’에서 ‘21세기형 공주의 신화’가 현란한 영상과 결합된 결과물을 선보였던 그는 전작보다 몇 배 인상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여자의 일생’이
‘오즈의 마법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리고 ‘시민 케인’과 만났다고나 할까. 마츠코는 사랑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느슨하고 심심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며, 그녀의 싸늘한 몸 위로 빛나는 별은 누구의 삶도 하찮은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이용철의 ‘DVD 골라드립니다’

DVD는 본편 영화의 재현이 수준급이다. 영상의 경우, 제작진이 DVD 미디어에 맞춰 일부 장면을 따로 수정했을 정도라니 더 바랄 게 없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노래와 음악을 좋아했다면 DTS까지 지원되는 소리에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감독과 제작진 여럿이 특별히 만든 스낵 바에 둘러앉아 음성해설을 진행했는데, 시종일관 정신없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영화와 어울린다. 그런 와중에 “결국 저는 마츠코를 좋아했나 봐요”라고 끝맺는 감독의 말에 동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디스크는 미공개 장면, 영화를 즐기는 방법, 콘티와 영화 비교, 영화의 하이라이트, 인터뷰, 제작 뒷이야기 등의 부록을 담았다. 재생시간만 110분이 넘는 부록은 언뜻 풍부해 보이지만 내용은 인상적이지 못하다. 본편 영화를 연대기별·음악별·배우별로 보게 만든 챕터 기능이 오히려 참신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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