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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가슴 적시는 동화 같은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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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동화는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아무도 동화가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에,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위안을 얻고자 동화를 읽는지도 모르겠다. 4일 첫 방송되는 MBC 50부작 일요 아침드라마 '물꽃마을 사람들'은 바로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드라마다.

배경이나 등장인물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현실적이다. 재벌집은 커녕 요즘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건축가.디자이너 같은 전문직 남녀도 등장하지 않는다. 고작해야 서울 근교 한 작은 마을의 보건지소장이 눈에 띄는 직업이고, 나머지는 세탁소.철물점 등을 운영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적인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모두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선한 마음으로 선한 일만 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반이 된 물꽃마을 보건소장의 큰딸 유경(이보영 분)이 어느날 아내의 교통사고로 마을을 떠난 고교 시절의 미술교사 성우(송일국)를 다시 만나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전신마비인 아내를 6년 동안이나 보살피며 아들을 키우는 성우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그렇다쳐도, '성우가 힘들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는 유경의 말 한마디에 온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성우의 집을 지어주는 모습은 동화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마을 사람들은 과수원 한가운데에 있는 창고를 그림 같은 하얀 집으로 개조한 뒤 성우를 어렵사리 찾아내 물꽃마을로 초대한다.

나중에 아내를 잃은 성우와 유경의 결합 과정 등 로맨스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물꽃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얘기가 주된 내용이다. 또 50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기보다 매회마다 하나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MBC의 간판 장수 드라마였던 '전원일기'의 후편격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복만 PD는 "'전원일기'와 궤를 같이하는 따뜻한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24절기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한다. "보이기 위해 애쓴 작품, 자극이 많아 사람을 움직이는 드라마에서 한발 비켜선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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