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러 감독 심리 연출 일품 『편집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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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윌리엄 와일러는 우리에게 『벤허』의 감독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대형 스펙터클을 상징하는 『벤허』가 와일러의 대표작은 아니다. 작가로서의 그의 본령은 오히려 연극적 폐쇄공간에서의 정교한 이동촬영에 있다.
비디오로 출시되는 1965년 작품 『편집광』(The Collecter·사진)은 그의 후기걸작 서스펜스물이다. 곤충학자이자 나비수집가인 프레디(테렌스 스탬프 분)는 나비뿐만 아니라 여자를 수집하고픈 욕망에 미술대학생인 미란다(사만사 에가 분)를 납치한다.
갇힌 자와 가둔 자의 심리적 갈등과 암투는 와일러의 뛰어난 연출에 힘입어 관객에게 숨막히는 긴장감을 안겨준다. 과대망상증적 주인공을 맡은 테렌스 스탬프의 무표정한 연기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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