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이달 말 총파업' 지침에 현대차 노조 "못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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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달 말로 예정돼 있는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총파업 지침을 거부하기는 지난달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총파업 5일간 일정 중 3일간 불참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로써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4개사의 참여로 '산별노조 재출범 원년'으로 삼은 올해 계획한 두 차례 파업에 모두 주력부대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려 세력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현대차노조는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의 30%를 차지한다.

현대차노조는 5일 "현대차 노사 간 임단협에 힘을 집중하기 위해 금속노조 차원의 이달 말 총파업 일정을 따르지 않을 방침"이라며 "조만간 대의원대회 등 의결기구를 통해 이를 확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산별노조 임단협 교섭에 완성차 4개사 사용자들이 불참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2일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노조 등 산하 지부에 이달 11일까지 조합원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마치고 18~27일 파업에 들어가라는 지침을 통보했다. 그러나 현대차노조는 금속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마치라고 한 날(11일) 하루 뒤인 12일 첫 노사 임단협 상견례가 예정돼 있다. 이후 수차례 교섭해야 하고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을 경우 교섭 결렬 선언과 쟁의조정 신청을 한 뒤 파업 찬반투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대차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사 간 두세 차례 만나고 나면 바로 하계휴가(7월 말~8월 초)가 시작되기 때문에 예년의 일정에 비춰볼 때 금속노조의 이달 말 파업엔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노조 장규호 공보부장은 "지부의 노사협상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교섭 결렬에 따른 파업 찬반투표부터 실시하는 것은 시기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그러나 사전에 금속노조의 양해를 얻은 사항이기 때문에 금속노조와 현대차 간의 갈등으로는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 안팎에선 "지난달 말 반FTA 파업 때부터 현장 노조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금속노조와의 선긋기 요구가 집행부의 판단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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