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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2002년 이어 또 … 이인제 '3수'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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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도통합민주당 이인제(4선.충남 논산-계룡-금산.사진) 의원이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997년과 2002년에 이은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이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열렬한 지지와 기대를 모아주셨지만 국민께 실망만 안겨 드렸다"며 "부덕함과 능력 부족 때문으로, 국민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97년 경선 이후의 새로운 상황에서 40대인 저로선 독자 출마를 바라는 국민 여망을 저버리기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2002년 탈당과 관련해선 "집권이 확실해진 급진 노선을 추종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탈당했을 뿐"이라며 "하지만 원숙하게 행동했어야 한다고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통합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데 이어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며 "중도개혁주의 깃발을 들고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눌러 이기는 선봉에 서고 싶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권력을 의회와 지방에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개헌 등의 공약을 내놨다.

이 의원은 앞선 두 차례의 선거를 거치면서 '불복의 정치인'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그는 97년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하자 이에 불복, 탈당한 뒤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독자 출마했다. 그의 출마로 대선은 이회창-김대중(DJ)-이인제의 3파전이 됐고, DJ가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쪽으로부터 '불복자'로, 여권에선 정권 교체의 '효자'로 상반된 대접을 받았다. 이 의원은 DJ의 국민회의를 거쳐 2002년엔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맞붙었다. 그러나 판세가 노 후보 쪽으로 기울자 경선을 중도 포기한 뒤 대선 직전 탈당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의 대선 '3수(修)' 도전을 둘러싸고 당내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 통합파로 꼽히는 한 의원은 "누구나 출마할 권리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너나없이 나오는 건 대선을 희화화할 뿐"이라고 혹평했다. 반면 김경재 전 의원은 "중도개혁의 목소리를 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그가 범여권 대통합 내지는 막판 후보 단일화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칫 이 의원이 박상천.김한길 공동 대표가 이끄는 통합민주당의 독자 후보로 굳어질 경우 범여권의 막판 후보 단일화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탈당 그룹의 한 의원은 "범여권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은 채 이 의원이 통합민주당 후보로 정해지면 최악의 경우 후보 단일화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탁 기자

대선 무렵 이인제 의원의 거취

▶1997년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한 뒤 경선 불복하고 탈당, 국민신당 창당해 대선 출마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밀리자 중도 포기하고 대선 직전 탈당, 자민련 입당

▶2006년 자민련 탈당, 국민중심당 창당

▶2007년 국민중심당 탈당 후 민주당 입당, 대선 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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