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취지 겉돈다/금융기관 사법동원 대출 인하폭 줄이기 급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기업들 실제적용 못받아/당국,통화신축공급 등 실세금리하락 유도 총력
1·26 금리인하 조치로 규제금리가 명목상으로는 1∼2%포인트 내렸으나 금융기관들이 각종 편법을 동원,실세 인하폭을 줄이는가 하면 자유화된 금리 또한 기대이하의 폭으로 내리고 있어 금리인하 조치가 시행초기부터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이번 조치의 성패가 실세금리 하락여부에 달려있다고 보고 신축적인 통화공급과 꺾기에 대한 감독강화 등 각종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시중 실세금리를 끌어내리기로 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단자·종합금융 등 제2금융권이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내려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음할인 등 주요 자유화 대상 금리를 당초 예상 2%포인트의 절반인 1%포인트만 내리자,보험사들도 규제금리인 대출금리를 2%포인트 내리도록 하는 것은 다른 제2금융권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며 대출금리를 1%포인트만 내릴 것을 재무부에 건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지난 주말까지 재무부에 대출금리 인하 세부계획을 신고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이처럼 금리인하가 난항을 보임에 따라 아직 계획을 신고한 회사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은행의 경우에도 주요 대출금리를 명목상으로는 1∼2%포인트 내렸으나 실제로는 꺾기와 맞물려 있는 대출에 대해 역마진을 막으려고 「쉬쉬」하며 종전금리를 적용하는가 하면 5∼6단계로 나눠 금리를 차등적용 하고 있는 기업별 등급을 하향조정 하는 방법으로 인하폭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내 최우량기업인 A사의 경우 금리인하 조치후 은행으로부터 실제 적용받는 신탁대출의 금리인하폭은 명목인하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0.5%포인트 내외라고 밝히고 있다.
또 지금까지 연12.5%의 당좌대출 금리를 적용받아온 화학섬유업체 K기업의 경우 주거래은행의 등급조정에 의해 실제 금리인하 수혜폭은 0.5∼0.75%에 그칠 것으로 보고있고,기계장비업체인 H사의 자금담당자는 은행들이 자금사정을 이유로 지금까지의 일반대출을 금리가 높은 신탁대출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재무부와 한국은행은 이같이 금리인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실태와 관련,앞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면 시중 실세금리가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1·4분기중 총통화증가율을 18%까지 잡고 2·4분기중에는 19% 이상으로 높이기로 하는 등 실세금리를 현재 12.7%선에서 12% 이하까지 끌어내린다는 방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