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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된 한승수, 김진선 유치 주역의 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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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했기에 더욱 아쉬운 패배였다.'

지난 2010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던 한승수 유치위원장과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허공을 바라봤다.

이번 만큼은 자크 로게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의 입에서 '평창'이 불려지기를 누구 못지 않게 애타게 기다려온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은 무너졌다.

한승수 위원장은 5일(한국시간) 과테말라시티에서 있은 제119차 IOC 총회에서 소치에게 아깝게 개최권을 내주자 말을 잊었다.

상공부 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UN 총회 의장 등을 지낸 한승수 위원장(71)은 지난 05년 3월 15일 김진선 강원도지사의 적극적인 구애(?)로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위의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는 영국과 미국, UN 등에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온 한 위원장의 능력이 필요했던 때문이었다.

위원장직에 부담을 느낀 한 위원장은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고향(춘천) 발전을 위해 자리에 앉게 됐다.

한 위원장은 06년 4월 한국에서 열린 제15차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스포츠 어코드 행사, IOC 집행위원회에서 평창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고 이같은 노력은 그해 6월 22일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공식 후보도시로 선정되면서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이후 8월에는 국내 13개 체육 유관 단체장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한 위원장은 10월 발을 다쳐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 '목발투혼'을 발휘하며 '4개의 다리를 가진 위원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목발이 필요한 상태에서도 한 위원장은 유치 활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06년 말 중국에서 열린 제5회 세계스포츠 교육 문화 포럼을 시작으로 쿠바의 아바나에서 열린 '스포츠 포 올' 행사,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개최된 아프리카올림픽연합회(ANOCA),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치러진 제8회 남아메리카대회를 거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07년에도 한 위원장은 유치위원회의 대표로서 지난 2월 IOC 위원 실사단 평가를 무사히 치러냈고, 6월 발표된 실사평가보고서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성과를 얻었으나 최후의 결과는 평창의 승리가 아니었다.

71세의 나이로 유치위원회 맨 앞에서 뛰어온 한승수 유치위원장은 아쉬움을 감춘 채 행사장을 나섰다.

두 번이나 실패를 겪게 된 김진선 강원도지사(63)도 가슴이 찢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강원도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김 지사는 2014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에서 유치하겠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실행에 옮긴 인물이다.

2014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집행위원장을 맡아 도정과 유치 업무 양쪽에 매달려 왔다.

지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쓴 맛을 본 후 아무도 재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김 지사는 달랐다.

일찌감치 강원도의 미래를 '관광'으로 결정하고 이를 추진해온 김 지사는 15년 전 지사 자리에 처음 앉았을 때부터 강원도를 발전시키면서 일대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 결과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이라고 판단, 지속적으로 올림픽 유치를 구상해왔다.

올림픽을 유치하면 도로 교통 등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되고, 또 강원도 브랜드의 인지도가 올라가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느 것이 김 지사의 판단이었다.

한승수 유치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위원장직을 요청한 김 지사는 그와 함께 지구 17바퀴에 해당하는 63만Km를 비행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쳤다.

김 지사는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념,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올림픽 관련 행사에 참석해 평창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주력했다.

한 위원장이 맨 앞에서 평창의 이름을 알리고 유치를 이끌었다면, 김 지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한 위원장의 뒤를 받쳤다.

그러나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던 김 지사의 이러한 노력은 아쉽게도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못했다.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던 김진선 지사의 눈에는 그 때보다 더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지만 한승수 위원장과 김진선 지사의 노력은 강원도민 뿐 아니라 전국민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과테말라시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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