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보수파/육사생도대장 출신 장준익(의원탐구:2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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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연합」과 연대 말렸는데…/“안보에는 여야없다” 보혁 균형역할 자임
□장 의원 약력
▲경북 포항출생(57세) ▲포항고·육사14기 ▲육사생도대장·30사단장·5군단장(중장예편) ▲미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연구원 ▲14대의원(전국구)·당안보특위위원장·국회국방위원
민주당에는 5명의 군장성출신의원이 있다. 그중 유일한 정규육사·경상도출신인 장준익의원은 지난번 대선에서 못내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
장 의원이 가장 큰 패인으로 여기고 있는 「전국연합」과의 연대를 사전에 막지 못한 점이 바로 그것. 『전국연합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장 의원은 전국구로 함께 영입된 보안사령관출신 강창성의원을 통해 김대중후보에게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장 의원은 『전국연합과 연대한다면 나는 이 당에 있을 수 없다』는 뜻까지 밝혔다. 그러나 허사였다. 결국 선거전은 색깔론에 휘말려버렸고 가장 큰 패인으로 전국연합과의 연대가 꼽혔다.
국회국방위소속인 장 의원은 지난해 안기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김대중후보를 지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좋지않은 예감을 받았다고 한다.
곧바로 김 후보에게 서면건의서를 냈다. 『김일성에게 공작차원의 음해를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김 후보 자신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보수세력임을 재천명하는게 좋겠다』고.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에서 군출신·영남출신이 운신할 수 있는 한계를 느낀 것 같았다.
장 의원은 전국연합과의 연대를 주도했던 당내 「민주개혁모임」에 대해 아직도 곱지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
최근들어 장 의원은 『민주당의 노선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점진적 개혁」을 표방하는 박상천의원 주도의 「민주개혁연구회」에 참여했다.
안기부법·보안법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등 혹시 분출될지 모르는 당내의 급진적 주장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민주당이 보·혁균형을 유지하는데 일조하겠다는 각오다.
장 의원은 아무리 야당의원이라고 하지만 3성장군 출신의 전력을 지키겠다는 자세며 따라서 국회의원으로 있는한 당내에서 보수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한다.
지난해 2월 14대총선을 앞두고 평소 고향사람으로 알고지내던 이기택대표(경북 영일)로부터 전국구 영입 제의를 받고 그는 신선한 기대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그와 함께 참여를 결심하기까지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면서도 장군 출신의 야당에 들어가면 「변절」로 보는 고정관념이 큰 부담이었다. 육사선배·동기들을 찾아 자문을 구하자 많은 사람이 반대했으나 일부는 『소신이 있다면 정치를 할 수 있는게 아니냐』고 했다.
그같은 답변을 힘삼아 「군출신의 야당관」과 「야당의 안보관」을 개선하는 「고리」역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야당에 그동안 정규육사출신이 드물었던 탓으로 야당의 국방정책·안보관이 취약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판단,자신의 「활동영역」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시절 장장군은 그런대로 잘 나가던 편이었다. 「하나회」 등 군내 핵심사조직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별을 세개나 달 수 있었던 것을 비교적 「책좀 읽는 군인」이었기 때문이라고 본인은 주장한다.
71년 육군대교관(중령)으로 재직할때 박정희대통령이 느닷없이 육군대를 방문해 1급기밀인 대북 전투교범 수립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 임무가 장 의원에게 떨어졌고 6개월의 대학구내 연금끝에 안을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상당히 만족한듯 『공부안하는 모든 장군들에게 교육시키라』고 지시했다.
중령이 장군들을 교육해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다보니 밤새 도서관에 처박혀 있어야 했고 덕분에 많은 장군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했다고 자평했다.
이런 인연탓인지 동기생 2명에 이어 2차로 별도 달았다.
특히 전두환대통령이 장 의원을 어떤 면에서 잘 보아주었다. 전대통령은 육사생도대장과 교장에 이어 「국군의 날」제병지휘관을 맡기는 등 각별하게 후원해주었다. 그러나 장 의원은 군생활에서 별「인연」을 못가졌던 노태우대통령시절에 예편해야 했다.
장 의원이 가장 자랑하는 경력은 육사생도대장. 장 의원은 육사의 선·후배가 야당정치인으로 변신한 자신을 지켜보는 것같아 조심스럽다고 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장 의원이 군선·후배의 주시에 어떻게 보답할지는 지금부터 그가 보여줄 의정활동에 달려있다고 하겠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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