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삶의 애환 감성적인 시어로 표현|"정서 메말라선 대 국민 친절봉사 어렵죠"|두 번째 시집『우리에겐 눈물로도…』펴낸 서울 북한남파출소 유재원 경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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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민생치안과 대민 봉사로 바쁜 와중에서도 틈틈이 시를 써 두 번이나 시집을 펴낸 경찰관이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 북한남파출소 유재원 경장(40)은 최근 시집『우리에겐 눈물로도 알 수 없는 슬픔이 있다』(을지서적 간)을 펴내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경찰업무에 싱그러운 정서를 심어 주고 있다.
91년 12월 첫 번째 시집『그물을 던지면 별들이 눈을 뜨고』에 이은 자신의 두 번째 시집이다.
『보통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며 가질 수 있는 내면 풍경을 서정적으로 나타내 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1년여 동안 쓴 시를 엮어 펴낸 이 시집에는 서민들의 삵과 애환, 고단한 생활 속에서의 꿈과 그리움, 자연과 인간의 내면세계 등을 감성적이고 겸손한 시어로 노래한 90여 편의 시가 들어 있다.
충남 천안 군이 고향인 유 경장은 83년 2월 친지의 권유로 경찰에 첫발을 내디뎌 89년 2월부터 북한남파출소 112순찰차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 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돼 고향에서 농촌잡지에 시와 수필을 투고하면서 문학도의 꿈을 다져 온 유 경장은 경찰투신 이후 바쁘고 삭막한 업무 속에서도 늘 시가 그리워 근무 후나 비번 때면 어김없이 책상 앞에서 원고와 씨름을 했다.
순찰을 돌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시상을 수첩에 적어 놓는 등 지소장의 시를 향한 열의를 안 주위의 권유로 결국 시집까지 내게 됐다.
『정서가 메마르면 국민에 대한 친절봉사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시를 쓰는 마음의 여유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경찰업무가 나름대로 맥이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성적인 성격의 유 경장은 직장에서도「성실한 근무태도로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모범경관」이라는 경가를 받고 있다.
뒤늦게 부하직원의 시집발간 사실을 안 이수호 용산 서장이 29일 경찰서 소 회의실에서 열어 준 조촐한 출판기념회에서도 유 경장은 무척이나 어색하고 당황한 듯『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멋진 경찰관이 되겠다』는 짧은 한마디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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