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직 승진 등 불이익 크다(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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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3급 백19명 “우대” 빈말/행정직에 밀려… 인원 28%뿐/기술수당 71년 수준 아직도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키우는 것 뿐이라는 목소리가 높게 일면서 기술 우대풍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사회에서 기술직에 대한 인식만큼은 아직까지 「기술천시」 풍조의 전근대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인사나 사람을 키우는데 있어 항상 행정직에 밀리고 일부 부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승진에서도 행정직보다 늦다는게 기술직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불만.
우선 행정수요나 정부의 행정력은 갈수록 복잡·다양해지고 있는데도 전문지식을 갖춘 기술직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총무처가 집계한 91년 12월 현재 공무원수를 보면 전체 7만1천2백91명중 행정직이 71.7%인 5만1천99명인데 비해 기술직은 28.3%인 2만1백92명으로 7대 3의 비율도 채 안되는 셈.
고위직으로 갈수록 기술직은 찾기가 더 어려워 진다.
2,3급 공무원의 수는 모두 7백51명. 이중 행정직이 6백32명으로 84.2%를 차지하고 있고 기술직은 15.8%인 1백19명으로 비중이 뚝 떨어진다.
각 부처 국장급(3급)중 다른 곳에 비해 전문직이 더 필요한 부처의 기술직 수를 보면 보사부의 경우 46명중 28명. 그러나 이중 25명은 국립의료원·산하병원 의무직 등 산하기관이고 본부안에는 21명중 3명뿐이다. 또 건설부는 29명중 13명이고 환경처는 20명중 6명,특허청은 21명중 7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그래도 보사부나 환경처 같은 곳은 부처의 특성상 기술직이 우세(?)해 승진도 빠른 편이지만 노동부나 교육부·내무부 등은 그야말로 발붙일 곳이 없는 실정이다.
노동부의 경우 현재 기술직 출신 국장은 한명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행정직중 복수직인 산업안전국장 자리조차 행정직이 맡고 있다.
노동부 이모 기술서기관은 『아무리 능력을 인정받아도 기술직으로 국장급에 오르긴 힘든 상황이어서 승진은 포기한 상태』라며 『다른 과로 옮겨 근무분위기라도 바꿔보고 싶지만 직제상 원천봉쇄돼 있어 인사철만 되면 타과의 동료들과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술직이라도 전공분야에 따라 승진 연수도 천차만별이다(총무처 조사).
5급에서 4급(과장급)까지 올라가는데 행정직이 평균 11년6개월 걸리는데 비해 기술직은 평균 11년5개월로 약간 빠른편. 이중 통신이 9년6개월로 가장 빠르고 보건 9년9개월,물리 10년9개월이지만 항공은 13년9개월이나 걸리고 수산 12년8개월,공업 12년1개월 등이다.
그러나 4급에서 3급으로 올라가면서 역전된다.
행정직은 평균 10년8개월인데 기술직은 평균 12년1개월.
그래도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기술직 우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직에 대해 기술업무수당을 지급하고 지난해말에는 그동안 기감·기정·기좌 등으로 돼있던 기술직 직급 명칭을 서기관·사무관 등으로 개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 대한 기술직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기술수당의 경우 71년부터 주어오던 5급이상 2만5천원,6·7급 1만5천원,8급이하 1만원이 22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푼도 인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기술사무관 김모씨(37)는 『불법 폐수 배출 현장을 덮치기 위해 며칠밤을 비밀 하수구 옆에서 지새우기도 하고 속이 뒤집힐 것 같은 악취를 맡으며 냄세나는 하수구를 뒤지는 등 현장을 발바닥이 아프게 뛰어다녀 실적을 올려놓으면 생색은 다른데서 낼때가 가장 속상하다』며 『부서간에도 행정부서가 기술부서보다 우위해 있다는 관념들이 공무원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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