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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수입규제/주요전략산업 확대 우려/자동차·통신기기까지 엄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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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장확보 기회” 업계도 덩달아 건의
빌 클린턴 미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외국상품에 대한 수입장벽을 높이고 있어 국제적인 무역전쟁의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선거운동과정에서 미국 국내산업보호와 국제무역의 공정성이라는 명분으로 조지 부시 전 행정부의 자유무역주의 보다는 보호무역주의 쪽으로 기울어진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 클린턴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은 취임전부터 미국 업계 대표들을 접촉하여 국내 산업의 요구를 경청하였고 취임후 1주일도 안되어 19개국에 대해 수입강철에 대한 예비덤핑판정을 내려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미 상원에너지위원회의 베네트 존스턴위원장은 원유에 대해 수입수수료를 물리자고 제안해 국제원유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했다. 존스턴위원장의 제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으로 들어오는 원유의 수입가는 배럴당 25달러선으로 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모든 조치는 클린턴 새정부가 폐쇄적이고 간섭주의적인 무역정책을 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 드레퓌스사의 경제분석가 리처드 호이는 『이는 정부정책을 국내 생산자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보호주의적 조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달 미국 3대 자동차회사 대표와 면담을 갖고 미국 자동차산업 보호문제를 협의했다.
이때 업계대표들은 일본산 미니밴에 대한 관세율을 현재 2.5%에서 25%로 올려줄 것과 현재 일본이 자율적으로 1년에 1백70만대로 수출물량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더 축소하고 이 한도에 미국 현지생산까지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최근 모든 수입차에 대해 반덤핑제소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연간 자동차수입액수는 4백50억달러에 달해 이러한 제소가 이루어질 경우 사상 최대규모가 되며 자연히 무역전쟁은 불가피한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경우 비록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비중이 1.2%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도 타격이 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또 유럽공동체(EC) 국가들에 대해 통신기기와 전력설비에 대한 수입규제를 취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자유무역주의를 신봉한 공화당 정부하에서는 미국 업계들이 외국상품에 대한 규제를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클린턴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업계는 행정부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으니 이때를 편승해 시장점유율을 높여야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산업의 경우 시장의 축소를 들어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이 약속한 미국산의 수입실적(20%)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그동안 일본차에 대한 소송을 생각도 해보았으나 엄청난 소송비용에다 부시행정부의 자유무역주의 노선때문에 감히 엄두를 못내다 클린턴정부가 들어서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이번에 수입철강에 대해 내린 고율의 예비판정에 대해 미국내에서도 불공평한 조치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미국내의 자유무역론자들은 이러한 수입규제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미국산업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국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저하시키는 단견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조치나 움직임은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고 알려지고 있으나 내주중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 발표에서 무역문제로 외국과 마찰을 빚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클린턴행정부의 무역마찰은 이제 시작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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