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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군체제/문민정신에 어긋난다/이선호 한국시사문제연소장(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합참의장 권한 비대해질 우려 커/육군 줄이고 해공군 전력키워야
30여년만에 군정을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회복하려고 하는 전환기의 현시점에서 군 내부의 두 고위급 인사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충격적 돌출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문민정부 하에서 국방장관의 지위는 반드시 군장성 출신이 담당해야 하고,또한 미군으로부터의 작전지휘권 환수에 대비하여 육·해·공군 작전부대의 총사령관이며 국방장관의 군령보좌관인 현재의 합참의장 직권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국방부 본부의 군정기능과 육·해·공군 본부까지 흡수통합한 맘모스 통합사령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주병종원칙 위배
이들이 이와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 한번 띄웠다가 여론이 나쁘자 움츠러드는 것은 의도적으로 세론을 탐색해 보려는 책략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장관의 임용이나 국방조직의 개편은 국가의 중대사인바 군 내부 인사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이는 국방행정 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정부와 국회의 계획된 변화의지에 맞춰 제도적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야 할 사안이다.
현행법의 여러 규정들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군정권과 군령권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방장관을 경유,문서에 의하여 간접으로 행사되도록 하는 문민통제의 군정·군령일원주의와 육·해·공군이 병립하는 3군체제를 그 규범가치로 하고 있다.
그런데 통합군체제는 이와 같은 정주병종의 군정우위적 문민통제장치에 의한 현체제를 군령 우위체제로 변질시키려는 의도인바 이는 민주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합참의장에게 군정기능의 대부분을 흡수시키고 각 군본부를 폐합시켜 군인들로 구성된 또 하나의 준국방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책의 일관성 필요
육군 4성장군이 전차와 군함,그리고 항공기의 운용을 장악하고 국방예산과 인력사용을 좌우하는 일인독점체제가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될때 국방부는 군사력의 조성·유지를 위한 지극히 제한된 군정분야의 보조기능만 담당하고,군사력의 소요 제기·건설·운용·유지를 위한 주요정책 결정기능은 합참이 독차지하게 되어 통합군사령부는 제정일본의 대본영과 다름없는 집권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건전한 민주군대로서,국민의 군대로서,국가안보의 역군으로서 군은 다음 세가지의 공유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첫째 문민통제,둘째 군사적 적합성,셋째 관리의 효율성이다. 한국군의 한국화를 위해서는 정주병종의 대원칙하에 군정우위의 군정·군령일원화 체제를 꽃피워야 한다.
○국방부 문민화 시급
▲현 체제를 유지하되 국방장관을 비장성 출신으로,합참의장을 육·해·공군 윤번제로 임용하고,국방차관의 위상을 명실공히 국방부의 제2인자로 제고시키도록 법제화 해야 한다.
▲국방부 본부요원 전원을 문민화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군사기밀보호법을 완화 개정하여 군이 폐쇄성에서 탈피하도록 하고 고도의 기술군을 만들어야 한다.
▲육군을 대폭 감축하고 그만큼 해·공군을 증강시켜 전력구조를 지상군 위주에서 기계화·기동화된 해상·항공전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보3부대(기무사·정보사·7235부대)를 비롯,유사 중복기관을 축소,통폐합 해 자원을 절약해야 한다.
▲장성정원의 대폭축소를 법제화 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장교의 자질향상에 노력해야 한다.
신한국 건설을 위한 안보·국방의 선결과제는 통합군제를 저지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것이 진정한 군정종식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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