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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포커스] 스페인 축구 유학 17세 정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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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스페인 프로축구 2대 명문인 FC 바르셀로나.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호나우두(브라질).피구(포르투갈)가 거쳐갔고, 호나우디뉴(브라질).사비올라(아르헨티나) 등 세계 최고 선수들이 뛰고 있는 이 클럽에 한국의 축구 소년이 도전장을 냈다.

새해 17세가 된 정인성(鄭仁星)군. 2003년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주 중학 리그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서울 태릉중 1년 때 축구를 시작, 2002년 7월 3학년을 중퇴하고 바르셀로나로 단신 축구 유학을 간 지 1년반 만이다.

윙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번갈아 맡으며 30경기에서 25골을 넣어 리그 득점 3위에 올랐고, 그가 소속된 카르(CAR)체육학교는 16개 팀 중 1위를 차지했다.

정군은 지난해 5월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매년 테스트를 대기하고 있는 1만여명의 경쟁을 뚫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었다. 거기서 그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매우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다. 아직 나이가 있으니 1년 뒤 2차 테스트를 하자." 바르셀로나 측은 그에 관한 데이터와 평가내용을 컴퓨터에 담았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홈구장인 누 캄프 스타디움 1등석을 연중 이용할 수 있는 패스를 선물했다.

성공 뒤에는 늘 시련이 있는 법. 정군은 "언어 장벽에다 차별도 많았다"고 했다. "가장 힘든 건 자유분방하게 자란 동료들이 권하는 음주.흡연 등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었어요."

그는 '꼭 바르셀로나에 가겠다'는 의지 하나로 모든 난관을 돌파했다. 방학 동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페인어를 익혔고, 문학.음악.과학 등 학과목도 낙제 없이 통과했다.

처음엔 '그저 그렇게'보던 사람들도 그의 축구 실력과 굳은 심지를 읽고는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일요일 예배 때문에 경기에 빠지면 감독이 "다음에는 꼭 나와달라"고 부탁할 정도가 됐다.

보디빌딩 선수 출신으로 헬스클럽을 하는 아버지 정수길씨로부터 단단한 체격을 물려받은 정군은 어릴 적부터 운동에 만능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두 시간 스키 강습을 받고 중급 코스를 내달렸다.

68kg에 1m72cm의 키는 아직도 자라고 있고, 무엇보다 1백m를 11초5에 주파하는 스피드가 있다. 팀내 테크닉 경연에서 3위에 오를 만큼 개인기도 갖췄다.

그보다 더욱 돋보이는 건 불 같은 승부 근성이다. 강팀과 만나 동료나 코치가 위축될 때면 "야, 우리 할 수 있어. 걱정마"라고 큰소리를 지른다.

방학을 맞아 일시 귀국한 정군은 오는 12일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간다.

"호나우디뉴의 화려한 플레이를 가장 좋아해요. 머잖아 함께 뛸 수 있다는 꿈이 있어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열일곱 소년의 '바르셀로나 드림'이 영글어가고 있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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