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협회 내분 "힘 겨루기 핑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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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한탁구협회가 신 집행부 구성을 놓고 이사들이 대거 사퇴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주 발표한 탁구협회 신 집행부에서 탁구 계의 대부로 통하는 천영석(중고탁구연맹회장), 부회장이 탈락되자 새로 선임된 이사와 감사 등 상당수 탁구 인들이 취임을 거부한 것이다.
백민기(경기부회장), 박철규(충북부회장)씨와 올해 새로 이사로 선임된 곽영태(전남회장) 씨 등 7명의 이사와 차상협(서울부회장), 김성중(전북부회장)씨 등 2명의 감사 등 모두 9명이 신 집행부참여 거절의 뜻을 26일 이성달 전무에게 전달, 탁구 계를 회오리에 몰아넣고 있다.
특히 총회에서 뽑아야 하는 감사 2명이 사퇴의사를 번복하지 않을 경우 체육회로부터 집행부구성 인준도 어렵게 돼 자칫하면 사고단체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커졌다.
이들 탈퇴발표 이사와 감사들은 73년 사라예보세계선수권제패당시 코치로 활약하는 등 근 40년간 한국탁구와 함께 살아온 천영석씨의 부회장 직 탈락이 일부 실업감독들의 연판 장 돌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자「후배가 선배를 몰아내는」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업팀 감독주축인 8명의 탁구 인이 대의원총회 전날인 12일 연판 장을 작성, 천영석씨 등 원로 부회장들을 찾아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취지에서의 용퇴를 요청했었다).
한 탁구 인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해『세대교체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원로탁구 인들을 꼭 이 같은 방법으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해야 하는지 아쉽다』며『은퇴여부는 단순한 나이가 아닌 일에 대한 정열과 사랑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방대의원들이 또다시 천영석씨의 부회장 직 탈락에 항의, 연판 장 작성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협회 또한 탈퇴의사를 표명한 이사·감사 등에게 번복 설득작업을 펴고 있어 좀처럼 파장이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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