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명절연휴 축소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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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찬 휴무일 많이 늘어 생산활동 둔화/반 외국비 적은편… 노동효율도 감안
신정 및 설날연휴가 겹침에 따라 일요일까지 합치면 1월 한달동안 총 9일간을 놀게 됐다. 연휴가 너무 많아 생산활동이 둔화되는 점을 들어 일부에서는 늘어난 휴무일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아직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공휴일수가 적고 근로시간이 많은 우리로서는 이 정도의 휴식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원래 85년 이전까지 설날(구정)은 휴일이 아니었고 추석도 하루만 쉬었었다. 그러던게 차츰 늘어나기 시작해 90년부터는 설날과 추석이 모두 3일 연휴가 됨으로써 이 명절연휴기간이 끼는 달에는 생산과 수출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산업활동 동향을 알려주는 통계청의 산업생산지수를 보면 명절연휴가 낀 달에는 생산이 정상적인 조업활동을 하는 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참조>
특히 설날연휴가 공식적으로 완전히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종업원들의 귀향편의를 위해 연휴기간을 하루 이틀정도 늘려주고 있어 신정과 설날이 겹친 이번달의 생산활동은 극히 부진할 것이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4분기 경제전망을 하면서 법정공휴일이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바에 따르더라도 공휴일을 하루 줄일 경우 제조업생산은 0.21%,국민총생산(GNP)은 0.0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휴일수는 토요일이 휴무인 외국에 비해 여전히 적은 편이기 때문에 명절때 며칠쉬는 것을 놓고 문제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공휴일을 포함한 휴무일은 69일로 싱가포르 등 몇개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적다.
미국·영국·독일 등 47개국은 주5일 근무제이기 때문에 휴일수가 우리의 거의 2배 가까이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백웅기박사는 『공휴일수의 단축이 근로자의 노동효율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정책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비경제 활동인구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고 생산시설의 자동화를 통해 노동력중심의 생산구조를 바꾸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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