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강국외교」로 돌아서는 러시아/독 디벨트지 분석 요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라크 추가공격 유엔결의 필요”/미 독자행동 견제… 아랍동맹 모색
러시아가 미국의 이라크공격을 계기로 미국에 맞섰던 구소련의 초강대국 외교노선으로 복귀하고 있어 빌 클린턴 신임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징조가 되고 있다고 독일의 디벨트지가 20일 보도했다.
다음은 디벨트지의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이라크에 대한 향후의 공격은 유엔 안보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워싱턴에 대한 러시아의 요구는 걸프지역에 있어서의 미국의 독자적 정책과 90∼91년에 결성된 서방·아랍동맹의 지속에 대한 모스크바의 간접적 반대를 의미한다. 이로써 러시아는 스스로를 초강대국으로,어쩌면 중동지역에 있어서 미국에 맞서는 경쟁세력으로서 다시 선언한 셈이다. 아랍국가들과 의견의 일치를 봤다는 코지레프의 암시는 다음과 같은 정책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즉 러시아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 지역에서 미국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정면대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이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어쨌든 미국의 자율적 행동에 대한 러시아의 이의제기는 사담 후세인을 지지하는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러시아정부는 휴전의 감시와 핵무장을 위한 이라크의 시설을 둘러싼 분쟁에서 사실상 유엔을 지지,전쟁과 핵무기확산의 위협으로부터 국제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바그다드의 도발자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과 걸프지역에서의 이러한 외교노선변화가 기초 구상단계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해말에 알려졌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물론 정치적 위험부담을 안아야 한다. 또 이를 위해 비록 구소련의 무력을 투입하지는 않겠지만 중동은 미국이 러시아의 협조에 종속돼 있다는 사실을 러시아가 과시하는데 최적의 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권교체에 즈음한 코지레프의 편지는 이러한 외교노선변화의 첫발걸음이다.
소련의 해체가 소련의 반대없는 무한한 행동의 자유를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에 제공했던 부시행정부의 집권 4년에 비해 새로운 상황이 클린턴대통령에게 전개되고 있다. 옐친이 서방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서방의 지지를 받는 러시아의 강대국지위를 재건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로 인해 옐친은 러시아의 공산주의자들과 민족주의자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이 때문에 클린턴행정부는 후세인과의 마찰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과거 구소련이 서방의 이해에 맞서는 과격 아랍정권을 지지,이를 이용하려 했던 상황이 중동지역에 다시 도래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상황이 과거 상황과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러시아는 안보리에서의 비토권을 미국과 경쟁적으로 유엔에 대한 영향력행사에 이용하려 할 것이며 새로운 러시아·아랍동맹을 구축하려 할 것이다.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PLO·예멘,그리고 언젠가는 알제리까지 러시아의 피보호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카드는 다시 섞여졌고 게임은 다시 시작됐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