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국회인준」문제점 많다/헌법조항 모호해 개각때마다 위헌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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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S 취임전 노 대통령이 요청해야 할판
국무총리 임명절차를 규정한 헌법 86조 1항의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이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이 재확인되고 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해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임명장을 줄 수 있고 그때까지는 총리「서리」이기 때문이다.
내각책임제가 아닌 대통령중심제하에서 대통령이 총리임명에 국회동의를 얻는 것 자체가 다소 기형적이다.
또 헌법 87조 1항은 「국무위원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있고 94조는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중에서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때도 총리의 제청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헌법의 모양이 이렇게 된 것은 6공 헌법을 만들 당시 내각제를 염두에 두고 만든 초안을 부분적으로 수정해 황급히 짜깁기했기 때문에 내각제 요소가 상당부분 가미됐다는 것이다. 이런 조항들 때문에 6공내내 총리가 바뀔 때마다 총리의 각료제청권에 대해 야당측이 「위헌」이라고 문제를 삼았었다. 즉 총리서리에 대한 국회의 동의절차가 끝난 뒤 총리의 제청에 의해 장관들이 임명돼야 하는데도 전면개각때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명단을 동시에 발표하는 것은 헌법위반이라는 것이다.
김영삼차기대통령이 당선된뒤 총리를 임명하고 각료를 인선하려다 보니 바로 이런 헌법조항이 다시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총리임명에 대한 국회동의를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현직 대통령뿐이다. 따라서 김 차기대통령이 취임전에 새 정부의 총리를 임명하려면 물러나는 노태우대통령이 국회에 동의를 요청해야 하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6공 2기가 아니라 역대정권과는 정통성의 기반부터 다른 사실상의 2공」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김 차기대통령으로서는 새정부 총리임명에 노 대통령의 손때를 묻히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이인제의원같은 이는 『현행 헌법이 미처 정권인수인계과정의 문제까지 고려해 제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김 차기대통령이 취임전이라도 국회에 동의를 요청하는 것은 법정신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차기대통령측은 취임하기 전부터 총리임명으로 위헌시비에 휩싸이기 싫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취임식날인 2월25일 오후에 국회를 열어 총리임명동의를 받고 신임총리의 제청을 받아 장관을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지고 있다. 그나마 민자당정권이 계속 이어져 문제점은 덜 부각되지만 정권이 야당으로 교체될 때는 짧은 기간이나마 국정의 공백상태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차기대통령이 총리의 국회동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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