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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엔진브레이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대관령이나 한계령 같은 긴 고갯길을 오래 운전하다 보면 고무 타는 냄새가 나는 수가 있다. 내리막길에서는 가속이 붙으므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자주 밟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라이닝의 석면과 그리스가 브레이크계통의 마찰열로 인해 타면서 냄새를 풍기게 된다.
그러나 이럴 경우 더 위험한 것은 냄새가 아니라 페이드 현상이다. 이것은 긴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너무 자주 사용할 때 브레이크 드럼(디스크)이나 라이닝이 과열돼 브레이크페달이 푹 들어가는 등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는 브레이크의 고장원인이 되고 사고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발로 밟는 풋 브레이크에만 의존하지 말고 엔진브레이크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엔진브레이크란 엔진의 회전저항을 이용하는 것으로 주행 중 기어를 한두 단 낮춰 주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는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속도가 줄어들고 회전수는 상승되는데 긴 내리막길이나 빙판 길의 주행 시 또는 감속 시에 사용하면 편리하며 안전운행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엔진브레이크를 모르고는 초보운전을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엔진브레이크는 제대로만 쓰면 차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처음 사용해 보는 사람은 어색하거나 불안하기도 하므로 평상시 한적한 길에서 뒤따라오는 차가 없을 때 연습을 해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4단기어로 달리다 3단 또는 2단으로 기어를 바꿔 보고 속도가 떨어지면 2단이나 1단으로 시프트다운(저 단 변속)해 본다. 그때마다 차의 저항감과 함께 감속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으며 저 단 기어일수록 제동력도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약간의 내리막길에서 연습을 해본다.
속도가 빠를 때는 한꺼번에 두세 단씩 시프트다운이 안 되므로 무리하게 엔진브레이크를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1단씩 낮춰 주는 것이 좋다. 속도가 있는데도 기어를 너무 낮춰 주면 회전수가 갑자기 오르는데 RPM이 5천을 넘게 되면 엔진에 무리가 가게 된다.
오토매틱 차의 경우 D위치에서 2단으로 변속한 후 속도가 떨어지면 L(또는 1)로 낮춰 줘야 제대로 엔진브레이크가 걸린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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