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탁구대표선발 에이스들 져 주기 추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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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93탁구국가상비군 최종선발대회가 져 주기 게임으로 멍들고 있다.
17일 기흥 훈련원에서 개막된 최종선발전 첫날 경기가 각 팀의 치밀한 계산 하에 팀의 에이스가 동료선수들에게 져 주는(?) 볼썽사나운 해프닝을 연출한 것이다.
동아증권의 에이스 유남규는 팀 3년 후배인 추교성에게 2-0으로 패했고, 대우증권의 김택수는 올해 대우증권에 입단하는 왼손잡이 유망주 김영진에게 2-1로, 팀 동료인 강희찬에겐 2-0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반면 김택수를 잡아 1승을 챙긴 강희찬은 그 대가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팀 2년 후배 현정식에게 2-0의 승리를 안겼다.
또 제일합섬의 1인자로 꼽히던 이철승은 팀 선배인 문규민에게 2-0으로 완패, 실업 3팀의 에이스들이 모두 자기 팀 선수들에게 1패 또는 2패를 기록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성적을 남겼다.
현정화(한국화장품)가 불참한 여자 부에선 지난해 12월 종합선수권대회 챔피언인 홍차옥(한국화장품)이 역시 팀 후배 육선희에게 패해 이변 아닌 이변을 낳았다.
이같이 팀 에이스들이 동료들에게 져 주는 것은 남녀 22명씩이 풀 리그로 경기를 치러 성적순에 따라 14명씩을 뽑는 최종선발전 방식 하에서 동료들에게 좋은 성적을 챙겨 주기 위한 탓이다.
이 때문에 리그전에 자기 팀 소속선수들이 많이 출전치 못한 고교 팀이나 일부실업팀의 선수들은 실력 아닌 상대팀의 교묘한 계산에 따라 대표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맞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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